'동물외교관' 푸틴 호랑이, 사람 해쳤는데…사살할까?

'동물외교관' 푸틴 호랑이, 사람 해쳤는데…사살할까?

박광범 기자
2013.11.25 13:40

조선시대, 日서 선물한 코끼리 '사람'죽였지만 외교문제 우려 유배 감형

지난 24일 서울대공원에서 사육사를 공격해 중태에 빠뜨린 호랑이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당시 총리)이 2011년 선물한 시베리아 호랑이 한 쌍 중 수컷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동물 외교관'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대공원에서 사육사를 공격해 중태에 빠뜨린 호랑이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당시 총리)이 2011년 선물한 시베리아 호랑이 한 쌍 중 수컷인 것으로 확인됐다./사진=뉴스1제공
지난 24일 서울대공원에서 사육사를 공격해 중태에 빠뜨린 호랑이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당시 총리)이 2011년 선물한 시베리아 호랑이 한 쌍 중 수컷인 것으로 확인됐다./사진=뉴스1제공

"(코끼리가) 사람을 해쳤습니다. 사람이라면 사형죄에 해당합니다. 전라도의 해도(海島)로 보내야 합니다"

1413년(태종 13년) 병조판서 유정현의 진언에 따라 '코끼리'가 유배를 떠나는 믿기 힘든 일이 발생한다. 이 코끼리가 두 사람을 밟아 숨지게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사형이 아닌 유배형을 받은 이유는 이 코끼리가 일본 무로마치 막부의 쇼군인 원의지(源義智·아시카가 요시모치)가 선물한 것이었기 때문. 즉 조선시대 당시에도 외국 정상이 선물한 동물을 소홀히 대했다간 커다란 외교 문제로 비화될 것을 염려했던 것이다.

이보다 앞서 고려 태조 때인 942년에는 요나라가 낙타 50마리를 선물한 일이 있었다. 당시 요나라를 배척하는 정책을 펼쳤던 태조는 요나라가 발해를 멸망시켰다는 이유로 요나라 사신들은 귀양을 보내고, 낙타들은 모두 만부교 밑에 묶어 굶겨 죽였다.

시간이 흘러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시베리아 호랑이는 2010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당시 한러 수교 20주년 기념으로 푸틴 대통령이 선물한 호랑이였다. 이후 시베리아 호랑이 암수 한 쌍은 2011년 5월 한국에 도착했다.

서울대공원은 호랑이숲 리모델링 공사 때문에 올해 4월부터 호랑이를 여우사에서 임시로 거처하게 한 것으로 알려져 호랑이가 스트레스를 받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서울대공원은 사고가 발생했던 당일에도 사육사를 문 호랑이를 일반인에게 그대로 공개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서울대공원은 사육사를 공격한 호랑이를 별도 격리 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동물외교관들의 수난사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었다. 2012년 일본 도쿄 우에노동물원에서 태어난 지 6일 만에 새끼 자이언트 판다가 폐렴으로 급사했다. 이 판다는 중국이 일본에 보낸 판다가 낳은 새끼였다.

당시 중국에서는 "일본이 판다를 죽였다"는 감정적인 반응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쏟아졌다.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 인사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전 도쿄도 지사가 일본과 중국이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관련, "새끼 판다가 태어나면 이름을 '센센'이나 '가쿠가쿠'라고 짓자"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풍산개부터 따오기까지…'동물외교' 전성시대

한편 이런 가운데서도 국가 간 교류에서 동물을 주고받는 이른바 '동물 외교'의 역할은 점차 증대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중국 방문 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으로부터 기증을 약속받은 따오기 2마리가 다음달 12일 국내로 들어올 예정이다. 따오기는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멸종된 상태고, 국제적으로도 멸종위기 목록 27번에 등록된 국제보호새다. 중국의 따오기 기증은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에 들어오는 따오기 2마리는 인천공항에서 경남 창녕군 유어면 세진리에 있는 '우포따오기복원센터'까지 무진동 차량으로 운반된다.

이처럼 동물외교는 외교당사국 간 교류협력 및 화해 차원에서도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실제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은 남북한의 상징인 진돗개와 풍산개 한 쌍씩을 주고받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동물외교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부작용도 적지 않다. 관리 및 비용 등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자칫 주고받은 동물 신변에 이상이 생길 경우, 양국 간 외교관계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실제 이번에 중국에서 중국의 상징과 다름없는 '판다'가 아닌 '따오기'를 받은 것 역시 판다 키우기가 워낙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에 쓰이는 동물이 워낙 희귀종이고 중요한 의미가 있다 보니 그에 따른 대가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박광범 기자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