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애의 종말②]부담 적은 '1회성 소개팅'과 '썸'만 찾는 이유

'연애 포기男' '결혼 포기女' 대한민국 연애(혹은 사랑)의 현 주소를 드러내는 단어들이다. 치열한 경쟁에 취업은 늦어지고, 입사 후에도 빠듯한 회사 생활에 구애활동은 어렵기만 하다. "연애(혹은 결혼)하고 싶다"는 말은 내뱉지만 나서기는 어려운 현실, 2014년 대한민국 사랑의 모습이다.
불안한 미래를 둔 이들에게는 연애(혹은 결혼)는 또 하나의 불확실성이다. 자유연애를 이끌던 연애세포는 어느새 위험은 줄이고 외로움을 덜 수 있는 '리스크 회피형' 연애세포로 대체되고 있다. 범람하는 결혼정보회사와 애태우기만 하는 감정적 '썸타기'가 대표적이다.
◇ 만나더라도 덜 '부담'스럽고, 덜 '위험'하게
결혼정보회사 시장 규모 1000억원. 한눈에 반해 사랑에 불타올라 온갖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으로 달려가던 연애는 사라진지 오래다. 좀 더 자신과 맞는 사람들을 찾겠다는, 연애와 결혼의 불확실성을 회피해보겠다는 전략적 연애가 대세다. 결혼정보회사가 이같은 연애를 대변한다.
"개인이 떠맡아야 할 리스크를 모두 맡지는 못하지만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은 나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커플매니징 등을 담당하는 이명길 연애코치는 말한다. 과거와 달리 이성에 대한 구체적 요구가 현실이 된 가운데 치열해진 사회 생활로 여유까지 없는 이들이 늘어 부담을 덜어주는 결혼정보회사를 찾는다는 설명이다.
이 코치는 "예전처럼 오래 만나면서 연애하고, 시간을 충분히 보낸 후 결혼하는 과정은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커플매니저라는 과외 선생님이 더 알맞은 이성과의 만남을 이끌어주고, 약속 시간과 장소도 잡아주는 것이 인기 요소"라고 전했다.
리스크 회피적인 성격은 온라인을 통한 만남도 마찬가지다. 오프라인과 아는 사람 중심으로 연결됐던 사회 관계망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온라인 분야로 변모하며 가벼운 채팅으로 만남의 욕구가 채워질 수 있다. 실제 만남이 성사되더라도 '한번 보고 말 수 있는' 부담스럽지 않은 관계다.
시장 규모가 200억원대까지 성장한 소셜데이팅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 외로운 개인이 온라인에 자신의 프로필을 올리는 적극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부담이 덜한 온라인상의 만남을 찾는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을 만나고, 사귀고, 사랑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자기 중심적 가치관과 부담을 떠맡기 어려운 현실에 소극적 만남이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곽 교수는 1회성 만남이 늘어나는 세태에 "부담을 벗어내려는 편리주의적 성향이 일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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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남 이후도 떠안기 어려워…'썸'만 타며 '두근두근'
위험 부담이 덜한 수단을 통했다고 해도 수차례 만남을 통해 이뤄지는 감정의 변화는 어쩔 수 없다. 새로운 리스크의 시작이다. 본능적인 두근거림에 이성을 만나 애정을 표현하지만 "사귀자"라는 말로 완성될 연인이라는 관계는 또 다른 부담이다.
결국 사람들은 '썸타기'를 선택한다. 하루하루 바쁜 현실은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연애관을 세울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다. 대중매체 등을 통해 공유된 '연애는 이러이러한 것'이라는 단편적 가치관으로 대체되며 '두근두근' 감정만이 연애의 전부인양 착각을 일으킨다.
권경우 문화사회연구소장은 "연애에 대한 정리되지 않은 가치관은 연애와 결혼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관계의 성숙을 하나의 '위험'으로 인식하게 한다"며 "결국은 설레는 일부 감정적인 면만 누리며 '썸'만 타고 돌아다니게 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썸만 타는 만남은 지속되지 않는 것이 보통. 종착지 없이 달려가는 썸에 지치기 마련이다. 결국 썸만 타는 만남이 곧 연애의 모든 것이 되버리는 것이다. 종착지 없는 만남이 쳇바퀴처럼 돌아가게 되는 것. 이 쳇바퀴를 돌리는 에너지원은 돈과 시간, 그리고 감정이다.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는 "'좋다, 나쁘다'라고 평가할 요소는 아니지만 완성되지 못한 만남 자체를 반복적으로 찾는 '습관적 만남 중독증'도 있다"며 "시간과 돈, 감정을 잃는 결국 '패자'가 되는 구조에도 위험을 떠안지 않는 모습이 반영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