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찰의 '허위보고', 허술함? 교활함?

[기자수첩]경찰의 '허위보고', 허술함? 교활함?

신희은 기자
2014.07.16 17:21

재력가 송모씨 피살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거짓말쟁이'로 몰렸다. 서울 강서경찰서가 송씨의 금전출납장부 격인 '매일기록부'의 복사본을 2부나 갖고 있으면서도 "전혀 없다"고 허위보고를 한 탓이다.

지난 14일 현직 검사 A씨가 10차례에 걸쳐 2000여만원을 받았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A씨가 총 2회, 300여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던 검찰은 당연히 발칵 뒤집혔다. 강서서는 상부기관인 서울청에도 "사본은 없다"고 잡아뗐다.

원본을 쥐고도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검찰은 지난 15일 없다던 사본을 뒤늦게 강서서부터 전달받았다. 검찰은 "유족 진술이 없었으면 경찰이 끝까지 사본을 안줬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냈다.

강서서는 "사건 초기 사본을 확보했지만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까먹었다"는 석연찮은 해명을 내놨다. 그러면서 "살인사건과 관계된 부분은 따로 송치했는데 공식자료도 아닌 것을 왜 줘야 하느냐", "큰 내용도 아니다"는 변명도 달았다.

강서서는 검찰과 경찰을 발칵 뒤집어놓고도 "요약보고서 발췌를 위해 만들었던 사본을 폐기했다"고 상부에 거짓보고 하기도 했다. 상급 기관인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은 "보고받지 못해 모르는 일"이라며 책임을 일선서에 떠넘기기 급급했다.

매일기록부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이번 사건이 살인 및 살인교사 사건을 넘어 정관계 비리로 확대될 가능성 때문이다. 이미 현직 서울시의원과 검사, 공무원 10여명이 기록부에 이름이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물론 경찰도 살인 및 살인교사 혐의 입증에 주력하는 가운데 매일기록부 내용을 별건으로 수사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를 의식해서다. 건축물과 건축허가 등을 둘러싼 '뇌물' 관행에 경종을 올릴 기회다.

경찰은 재력가 살인 및 살인교사 혐의를 입증하고 정관계 뇌물비리 의혹의 사실관계를 철저히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본 공방'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사건의 핵심은 살인 및 살인교사 혐의인데 언론이 검찰과 경찰 간의 갈등으로 사태를 몰아가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진실을 왜곡하고 은폐하는 행위가 어떤 형태로든 자신이나 조직에 '이득'이 될 때다. 이 거짓말이 어느 정도 합리적인 논리와 일관성을 갖고 있다면 사람들은 쉽게 속아 넘어 간다.

자칫 이번 사건도 경찰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뻔 했다. 불필요한 의혹을 초래한 경찰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해야 할 때다. 거짓말로 허위보고한 강서서에 대한 철저한 감찰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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