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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경찰은 유병언의 은거 용의지역을 중심으로 이동 도주로를 차단하기 위해 학구삼거리 등 5개소에 목 검문소를 설치하고, 송치재 주변을 총 55차례에 걸쳐 연인원 8116명을 동원하여…"
전남 순천경찰서가 22일 배포한 보도자료 일부분이다.
대대적인 인력을 투입한 것은 순천경찰서뿐 아니다. 유 전회장의 비리를 수사하는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이 꾸려진 인천지검은 그를 붙잡을 때까지 검사장과 차장검사가 퇴근도 반납한다고 선언하며 의지를 불태웠다. 역사상 가장 높은 현상금 5억원을 내걸고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하는가 하면 전국 경찰청에서 수많은 인력이 투입됐다.
순천경찰서는 이날 40일 전에 발견된 변사체와 유 전회장의 DNA가 일치한다고 밝혔다. 변사체가 발견된 곳은 유 전회장이 도피 직후 머물다가 검·경에 붙잡힐 뻔했던 송치재 별장에서 2.5㎞ 떨어진 곳이었다. 잰 걸음으로 30분, 승용차로 2~3분 거리다.
검찰은 그토록 잡고 싶었던 유 전회장으로 의심되는 시신이 수습됐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을까. 의심스러운 시신이 발견된 것을 알고도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섣불리 발표하지 않은 것일까. 그럴 리는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국과수가 결과를 내놓기 전날 검찰은 유 전회장에 대한 6개월짜리 사전구속영장을 새로 발부받았다. 대검 반부패부장은 기자들에게 "꼬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며 "검거는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실로 의심되는 시신의 존재를 알고도 이렇게 감쪽같이 모르는 척 했다면 검찰이 국민을 우롱한 셈이다.
검·경이 변사체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는 정황은 또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실무자'의 말을 빌려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뼈를 절단해 DNA를 채취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의학 전문가들은 아무리 시신이 많이 부패돼 있었다손 쳐도 처음부터 경찰이 유 전회장의 DNA와 일치하는지 조사를 의뢰했다면 결과가 나오는 데 40일이나 걸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찰이 시신을 특정하지 않은 채 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한 게 틀림없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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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해 보면 검·경은 유 전회장을 검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그가 몸을 숨겼던 별장에서 차로 2~3분 거리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을 발견하고도 아무 의심도 하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발견 시점보다 2주쯤 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까지 감안하면 60일 전에 유 전회장이 숨졌는데도 까맣게 모른 채 수색을 계속했다는 뜻이다.
유 전회장을 못 잡은 게 아니라 안 잡았다는 식의 의혹을 들이밀 생각은 없다. 진짜 의심스러운 건 검·경의 능력이다. 우리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유 전회장과 함께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