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화재]

"슬프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겠냐마는 이 집은 특히 더 그래…."
지난 10일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로 숨진 윤모씨(29·여)의 빈소에서는 낮은 웅성거림만 조용히 들려왔다. 조문을 온 사람들은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어두운 빈소에는 망자의 사진조차 걸려있지 않았다.
있어서는 안 됐을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화재로 숨진 윤씨는 오는 3월 신부가 될 예정이었다. 윤씨와 예비 신랑은 유독 잘 어울려 주변 부러움을 한 몸에 산 어여쁜 커플이었다.
윤씨 어머니의 친구인 A씨는 "결혼이라는 게 옛날에는 월세 방 하나에 둘이 들어가서 살면 되는거지만 지금은 어디 그러냐"며 "사돈이랑 안 맞을 수도 있는건데 이 집은 예비사돈끼리 정말 잘 맞았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사돈 측에서 고운 딸을 보내줘 고맙다며 그렇게 선물을 보내와 나도 좀 얻어먹기도 할 정도였기에 지금 사돈집도 마음이 몹시 힘들다"며 "남편 될 사람은 설사 나중에 다른사람 만나서 결혼한다고 해도 평생의 한으로 남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희생된 윤모씨의 아버지는 딸아이가 사는 아파트에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이 미어졌는데, 대책본부 측의 신원파악이 사고 이후 9시간이 지나도록 안 되면서 더 분통이 터졌다고 말했다.
아버지 윤씨는 "TV뉴스를 보고 있는데 우리 딸아이 아파트가 나오더라"며 "딸에게 전화를 했는데 안 받길래 온 식구와 지인을 불러다가 찾기 시작했는데 오후 7시가 될 때까지도 딸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사건 터진지 얼마나 됐다고 이럴 수 있나. 나라가 아직도 세월호 때랑 똑 같더라"며 "병원에 전화하면 여기로 가라, 소방서에 전화하면 저기로 가라 해서 계속 돌아다녔는데 어느 병원에도 우리 딸이 없었다"고 말했다.
윤씨 어머니의 친구 A씨는 "사고 소식을 가족 누구도 전한 적이 없었지만 어떻게 알게 된 윤씨의 외할머니가 하루 종일 눈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도 전했다. A씨는 "외할머니가 '내가 오래 살아서 못 볼꼴을 본다'며 하염없이 울기만 하신다"며 "할머니가 기르는 강아지도 사람 속을 아는지 그리 우는 소리를 한다더라"고 말했다.
그는 망자가 된 딸 윤씨가 효심이 깊었다며 안타까워했다. A씨는 "애가 얼마나 착했냐면 엄마를 꼭 한 달에 한 번씩은 의정부 자기 집에 모시고 와서 재웠다"며 "올케한테 휴가를 주려고 그랬던 거다. 그렇게 서로 잘하니 올케와 사이가 좋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