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 국정원 '자기성찰 보고서' 인용하며 질타

항소심 재판부, 국정원 '자기성찰 보고서' 인용하며 질타

황재하 기자
2015.02.10 05:30

"국정원이 스스로 만든 거울 앞에서 잘못 따져봤는지 의문"

이른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른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1심과 달리 국가정보원의 사이버 활동을 선거운동으로 인정한 항소심 재판부가 국정원의 보고서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과거 국정원이 자기 반성을 위해 내놓은 보고서의 내용을 인용함으로써 불법적으로 정치·선거에 개입한 잘못을 꼬집은 것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전날 원세훈 전 국정원장(64)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과거와 대화, 미래의 성찰'이라는 국정원의 보고서 내용을 언급했다.

이 보고서는 국정원이 2007년 작성한 것으로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것이다. 국정원은 이 보고서에서 과거 잘못된 부분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국가정보기관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얻기 위한 의지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원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보고서 일부를 제시했다.

재판부가 인용한 대목은 '정치에 대한 국가정보기관의 개입은 국가권력과 정책에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과정을 왜곡함으로써 민주주의 근본을 무력화하는 것' '(정치 개입은) 국가정보기관의 권한 남용과 오용을 넘어서는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위협' 등이다.

'선거운동 기간 이전과 중간에 중립을 지켜야 할 정보기관의 불법적인 선거개입은 정치적 독립성을 지켜야 할 정보기관이 자신의 존립 근거를 스스로 훼손하고 민주주의 사회의 최고 주권자인 국민 위에 군림하는 행위'라는 대목도 인용됐다.

아울러 '정보기관의 정치개입 중에서도 선거개입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되거나 합리화될 수 없는 문제' '정보기관 관련법 어디에도 선거에 개입할 권한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등도 소개됐다.

과거 자기 성찰을 위해 내놓은 보고서의 내용을 국정원이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고 꼬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보고서 내용을 인용하며 "국정원이 솔직한 반성과 깊은 성찰의 결과로 스스로 만든 이같은 거울 앞에 서서 피고인들이 과연 (국정원의) 사이버 활동의 적법성을 (따져봤는지), 그것이 합리적인 우리 국민들에게 어떻게 이해될 것인지 진지하게 따져봤는지 극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일부 유죄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1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던 원 전원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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