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쉼 없이 일하는 노고는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사람 취급은 해줬으면 한다. 병균보듯, 메르스 바이러스 보균자 대하듯 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무섭다."(메르스 환자를 진료중인 병원 근무 간호사 A씨)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진료한 의료진과 격리 대상자들은 진료와 격리 자체도 힘들지만 주변의 따가운 시선으로 인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메르스 환자를 진료중인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10일 "메르스 격리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자녀가 학원에서 '너는 어머니가 메르스 병원에서 일하시니 학원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며칠째 집에도 못가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며 메르스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 입장에서 맥이 빠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자가격리자 역시 마찬가지다. 메르스 확진자와 같은 곳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특별한 증상이 없는데도 보건 당국의 자가 격리 조치에 응하고 있는데도 주변의 시선은 싸늘하다. 일부 골프를 치러가거나 여행을 하는 등 일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다수는 성실하게 자가 격리에 응하고 있다.
자택격리자 A씨는 "옆집 이웃은 내가 자택격리자란 사실을 알고 다른 곳으로 피신했더라"며 "왜 아무런 증상도 없는데 금요일까지 죄인처럼 살아야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다른 자택격리자 B씨는 "아이들을 주위에서 이상한 시선으로 볼까 두렵다"고 말했다.
수천명 자가격리 대상자들을 보건당국이 24시간 밀착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격리자들이 개인적인 불이익을 감수하는 와중에 그들을 '숙주'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해서는 자발적 협조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SNS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퍼져나가는 의료진과 자가격리자에 대한 개인정보와 '신상털기'도 문제다. 카카오톡 등을 통해 퍼진 '찌라시'에는 메르스 의료진과 자가격리자들의 아파트 이름과 동, 호수, 주민의 직업, 근무지가 낱낱이 담겼다. 불확실한 정보이지만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기엔 충분했고 해당 주소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이웃들의 눈총을 받아야만 했다.
의료진에게 '주홍글씨'를 찍는 사례가 늘어나자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지금 가장 힘든 사람들은 어이없이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들과 이들을 돌봐야 하는 의료진"이라며 "그런데 이들은 오히려 사회적 병균 취급을 받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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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을 우리사회 공동체의 붕괴와 정보 부족으로 인한 불안감이 빚어낸 비이성적 행태라고 분석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염병 대응에 국가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시민사회에서도 전반적인 협조와 노력이 필요하다"며 "의료진에 주홍글씨를 찍는 행태를 통해 시민사회 자정능력 부족의 민낯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골프를 치러 간 격리자도 있는데, 이는 수많은 목숨을 앗아갈 전염병에 대해 경각심을 갖긴커녕 나 자신만을 생각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라며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공동체 의식 구조가 붕괴된 것이 확인되는 모양새다"라고 지적했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염병이 만들어지고 전파되는 과정이 객관적으로 밝혀지지 않을 경우 공포심이 생겨난다"며 "공포감을 해소하는 방법의 하나가 (감염자에게)낙인을 찍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질병이 갖는 불확실성과 모호성으로 인한 패닉때문 낙인이라는 비 이성적 행동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것은 정보를 최대한 공개하고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