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조희팔 '죽었는지, 살았는지' 말 못하는 경찰

[기자수첩]조희팔 '죽었는지, 살았는지' 말 못하는 경찰

신희은 기자
2015.10.15 05:44

죽었는지, 살아있는지 생사를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이 있다. 3만여명을 상대로, 확인된 액수만 4조원대 다단계 사기를 저지르고 종적을 감춘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씨(58)다.

경찰은 수년 전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검찰은 별안간 살아있다는 전제 하에 조씨의 뒤를 쫓겠다고 나섰다. 조씨의 최측근이자 '2인자' 강태용씨(54)를 중국에서 붙잡았으니 조씨의 생사와 로비 정황 등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그동안 조씨가 살아있다는 소문은 무성했다. 하지만 경찰의 대처는 석연찮은 구석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경찰은 2012년 5월 "조씨가 중국에서 2011년 12월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 현지에서 조씨 가족이 촬영했다는 장례식 동영상과 중국에서 작성된 사망진단서 등이 사망을 뒷받침하는 증거였다.

3년 후인 지난 13일 강신명 경찰청장은 조씨의 생존 가능성이 제기되자 "당시 중국으로부터 통보가 왔고, 중국에서 보낸 자료를 보고 현실적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며 "지금도 과학적 물증은 없다"고 한 발 물러났다. 또 "살아있다면 누군가는 접촉을 하기 때문에 반드시 첩보형태로 나오는데 중국으로부터 받은 첩보에 3년간 그런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죽었다'고 결론 내린 사건이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자 '물증이 없으니 살아있을 지도 모른다'고 입장을 바꾼 셈이다.

장례식 영상까지 촬영했다는 조씨 가족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여태껏 사망신고도 하지 않았다. 경찰 역시 스스로 사망으로 결론 내린 조씨에 대해 아직도 지명수배를 해제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조씨의 가족이나 조씨의 중국 행적에 대해 적극적인 추적을 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강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3년 가까이 수배를 받아 오던 전직 경찰관 안모씨(46)을 붙잡았으면서 공개하지 않기도 했다. '급하게 송치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속이 뻔히 보이는 변명만 내놨다.

조희팔이 멀쩡하게 살아있음을 암시하는 녹취록까지 언론에 보도됐지만 경찰은 '어떤 첩보도 없었다'며 태평한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추적을 적극적으로 못하는 것인지, 안 한 것인지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당시 경찰관 10여명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조씨에게 투자했고 일부는 여전히 현직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씨를 비호하거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거나 수사대상에 오른 경찰관만 5명에 이른다.

경찰이 왜 적극적으로 조씨나 그의 최측근을 추적하지 않았는지 여부는 검찰의 강씨 조사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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