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화점 마트에서 아이가 난리치고 다니다가 어떤 중년부인과 부딪혔는데, 아이 엄마가 한다는 소리가 "애가 그럴 수도 있죠." 그러니까 그 중년 부인이 "그래 애는 그럴 수도 있어, 근데 너가 그러면 안되지"라고 하던데 너무 우아해 보이고 멋졌다.
"너가 그러면 안되지." 중년부인의 속 시원한 한 방입니다. 이 이야기는 다양한 패러디를 만들어 낸 대표적인 '사이다' 이야기로 통합니다. 사이다란 '속 시원하고 통쾌한 경험담'을 뜻하는 인터넷 은어입니다.
요즘 사이다같이 속 시원한 이야기가 뜹니다. SNS·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사이다' 글이 넘쳐납니다. 아르바이트비 떼먹은 사장 고소한 일. 안하무인 직장상사 꼼짝 못하게 만든 일. 지하철에서 만난 쩍벌남 무안주기. 조별과제 망친 선배 혼내주기 등 SNS에 쏟아낸 사이다 경험담은 기발하고 유쾌합니다.
그런 글을 읽으면 '나도 이렇게 속 시원하게 말해봤으면…'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현실은 옆집 강아지 짖는 소리가 신경 쓰여도 찾아가 말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얼굴을 붉히지 않고 이야기할까 고민하다 보면 '내가 참고 말지'가 됩니다. 현실은 답답한 '고구마'입니다.

고구마 열 개를 먹은 듯 답답한 동화 속 여주인공들도 '사이다 패러디'를 만나면 돌변합니다. 인어공주는 내가 당신을 구했다고 왕자에게 편지를 써서 보여주고 신데렐라는 유리구두 따위로 찾을 생각 말고 얼굴을 기억하라고 말합니다.
이제 더이상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도 신데렐라가 아닙니다. '별그대'의 천송이는 가난하지도 않고 부잣집 도련님을 사랑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캐릭터는 이제 여주인공 옆에 있는 친구로 밀려났습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여주인공들은 '선택'받는 사람이 아니고 '선택'하는 사람입니다. 착하기만 하고 번번이 못된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는 여주인공은 공감을 얻지 못합니다.
사이다 이야기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이다 경험담은 결국 권선징악의 이야기입니다. 못된 놀부가 벌을 받는 현대판 전례동화입니다.
독자들의 PICK!
우리는 사이다 경험담을 읽으며 "나도 할 수있어"라고 용기를 내고 "내 잘못이 아니라 나쁜 사람이 문제야"라고 위안을 받습니다. 답답한 하루를 풀어줄 사이다같은 이야기가 뉴스에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