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 세상]"혼자 타는데 두 자리 예약, 비매너?"

[e런 세상]"혼자 타는데 두 자리 예약, 비매너?"

박은수 기자
2016.03.20 08:00

'두 자리 예약' A씨, 짐 올려놨다가 입석 승객과 실랑이…누리꾼들 '논란'

[편집자주] 일상 속에서 찾아내는 정보와 감동을 재밌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좁게는 나의 이야기로부터 가족, 이웃의 이야기까지 함께 웃고 울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지방 출장이 잦은 직장인 A씨는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표를 항상 두 장씩 예매합니다. 짐도 많고 온몸이 녹초가 된 상태라 돈은 2배로 들지만 편하게 오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입니다.

사건이 생긴 이날도 A씨는 어김없이 두 자리를 예매했습니다. 보통 자리가 텅텅 비진 않더라도 한두 자리씩 남는 정도였는데 이날따라 모든 좌석이 꽉 차 있었습니다.

잠시 후 A씨 앞으로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돼 보이는 아이와 아주머니가 오더니 다짜고짜 짐을 치워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두자리 다 예약했다"는 A씨 말에도 아주머니는 "못 들었어요? 짐 좀 치우라고요"라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실랑이를 벌이던 중 A씨는 "사람 앉는 자리에 짐 하나 올려 놓으려고 예약하니 진짜 자리가 필요한 사람이 못앉는다"는 아주머니 말에 미안한 생각이 들어 짐을 치우고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돈 쓰고 자리까지 뺏겼다는 생각을 하니 억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인가를 묻는 A씨 글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돈 주고 산건데 무슨 문제냐"는 의견과 "짐 놓으려고 두 자리 예약하는 건 비매너"라는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한 누리꾼은 "짐을 놓든, 애완동물을 놓든 정당한 방법으로 구매한 이상 그 자리를 어떻게 쓰는가는 그 표를 구입한 사람 마음"이라며 글쓴이를 옹호했습니다.

반면 다른 의견의 누리꾼은 "돈이면 다고 나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판치는 것 같은데… 한 사람이 두 좌석을 예약해서 간다는 것도 마냥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 덕택에 입석마저 못 구해 발동동거리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연을 읽고 나니 몇 년 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의 한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시크릿가든'에서 재벌남으로 등장한 현빈은 한장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클래식연주회 티켓을 3장이나 사 양 옆을 비워둔 채 가운데에 앉아 연주회를 감상합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의자 팔걸이를 옆사람과 사용하기 싫어서 좌석을 3개 예약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쩌면 이 같은 다툼은 자연스러운 현상일지 모릅니다. 모든 재화와 자원은 한정돼 있으니까요. 한정된 재화를 바람직한 방법으로 필요한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나누어 갖는 것, 그것이 성숙한 시민사회이고요.

앞의 글쓴이는 기차가 만석인지 모르고 2장을 예약한 것 같습니다. 자리가 남아도는 상황이라면 2석을 사든, 10석을 사든 문제되지 않습니다. 다만 글쓴이와 같은 사람이 5명, 아니 50명이 더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명절과 같이 표를 구하기 위해 수천~수만명의 사람들이 새벽 6시부터 동시에 인터넷에 접속하고 역 앞에서 몇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날에 필요 이상의 표를 독점한다면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정된 재화를 독식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필요한 만큼 잘 나눠 쓰는 것이 사회적 한계효용을 최대치로 높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자리를 뺏은 아주머니와 두 자리를 예매한 A씨, 누구의 잘못이 더 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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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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