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 이름 바꿔야 하나?"
술자리에서 친구 A가 아이 이름이 고민이라며 한숨을 쉽니다.
"민지가 어때서?"
"무한도전에서 정준하 랩네임이 MC민지라고 나오더라고…."
"그래서 이름을 바꾼다고? 너 미친거냐?"
"아니 그 방송 끝나고 커뮤니티에 올라왔는데 민지(minge)가 영어로 여성의 음부라고…."
A는 학창시절 이름 때문에 짓궂은 별명이 생겨 놀림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아이의 이름을 정했습니다. A는 작명소에서 받아 온 이름을 놓고 가족·친구들의 의견도 참고해 '민지'라는 예쁜 이름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영어로 그런 뜻이 있는 줄 몰랐다며 아이가 놀림이라도 받을까 걱정이라고 합니다. 왠지 '민지'에 한표를 던진 저도 책임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쓰입니다. 이젠 아이 이름을 지을 때 영어 발음까지도 생각해야 하는 걸까요.
SNS에는 '외국인이 들으면 놀랄 한국 이름'이라는 시리즈가 떠돕니다. 유아영(You are Young)·임소영(i`m so Young) 등은 그래도 귀여운 축에 듭니다. 오유석(Oh, You suck)과 같이 이름에 석이 들어가면 욕이 되기 십상입니다.

네이밍 때문에 뜻하지 않은 곤란을 겪은 기업들도 있습니다. 편의점 이름인 CU는 'CVS for You'의 약자로 고객과 가맹점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뜻이지만 포르투갈어로는 항문을 일컫는 말입니다.
포르투갈 관광객들에겐 서울은 '항문'이란 간판이 널린 이상한 도시는 아닐까요. 롯데제과의 과자 '칸쵸'도 일본어 '칸초오'(カンチョ-·똥침)와 발음이 유사해 일본 내 SNS에서 놀림이 되기도 했습니다.
인도 자동차 회사인 타타는 신차 이름을 '지카'로 지었다가 '지카 바이러스' 때문에 한차례 홍역을 겪고 티아고로 개명했습니다. 현대차의 쏘나타도 1985년 처음 등장했을 땐 소나타였습니다. SONATA를 외래어 표기법으로 옮기면 소나타가 맞지만 "소나 타는 차"라는 놀림이 있어 이듬해 한글 이름은 '쏘나타'로 바꿨다고 합니다.
독자들의 PICK!
자동차 이름 바꾸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하물며 사람 이름을 뚝딱 바꿀 수는 없습니다. 아이 이름 지을 때 세계 각국의 언어 번역기로 돌려보고 선택해야 하나요?
우리식 이름은 그대로 좋은 뜻을 가졌으니 우연히 맞아떨어진 외국어 발음을 빗대 폄하해선 안됩니다. 하늘 민(旻)·뜻 지(志), '하늘의 뜻'이라는 좋은 의미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