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 세상] 지하철에서 화장하면 왜 안되나요?

[e런 세상] 지하철에서 화장하면 왜 안되나요?

나윤정 기자
2016.04.01 13:43
[편집자주] 일상 속에서 찾아내는 정보와 감동을 재밌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좁게는 나의 이야기로부터 가족, 이웃의 이야기까지 함께 웃고 울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시간에 쫓기는 출근길이나 이동 중 급한 대로 지하철 안이나 역 화장실에서 화장하는 여성분들 많으시죠? 바로 이런 분들을 위한 전용공간이 생깁니다. 지하철 역에 파우더룸이 생긴다는 소식인데요. 파우더룸에는 거울과 빗, 그리고 드라이기를 쓸 수 있는 콘센트와 화장품 샘플 등도 비치되는데요. 서울도시철도공사는 4월 초 5·9호선 환승역인 여의도역에만 시범 실시한 후 반응이 좋으면 15개 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런 도시철도공사의 특급배려(?)에 누리꾼들의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여성들 안볼 수 있어 좋네요" "화장실은 청결하지 못해 찝찝했는데 잘됐네요"라고 환영하는 분도 있지만 "어른들이 아닌 10대들의 아지트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거나 "파우더룸에서 화장할 시간 있으면 집에서 하고 오지" "지하철 안에서 자는 사람 많으니 수면실도 만들라! 시끄럽게 통화하는 사람 많으니 통화룸도 만들라!"며 비꼬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쯤 되니 파우더룸을 만드는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도시철도공사는 화장실에선 세면대 앞에서 오래 화장하는 여성들 때문에 복잡하고, 지하철 안에선 화장품 냄새로 다른 시민들에게 민폐를 끼친다는 민원이 계속되자 대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하철 민폐, 화장하는 여자들뿐일까요? 지난해 알바몬이 대학생 1826명을 대상으로 '지하철 꼴불견'을 설문조사한 결과 1위는 '욕설이나 막말하는 사람'(18.9%)이었습니다. 2위는 '임산부나 장애인 등에게 자리 양보 안하는 사람'(10.3%) 3위는 '막무가내로 자리 양보 요구하는 어른'(7.7%)이었고 '만취해 주정부리는 취객'(7.3%) '쩍벌남'(7.0%)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어디 이뿐일까요? 지하철에서 냄새나는 음식물을 먹거나 남이 보거나말거나 심한 애정행각을 벌이는 연인도 있죠. 더 있습니다. 무조건 밀치고 먼저 타는 사람, 옆 사람까지 들리게 크게 음악을 튼 사람,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고요. 그런데 유독 왜! 화장하는 그녀들만 주목받을까요.

비판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다양합니다. '좁은 공간에서 화장품 향이 급속도로 퍼진다' '분가루가 묻을 수 있다' 등등. 하지만 사실 가장 문제인 것은 '보기에 싫다'는 것입니다. 보기에 싫어도 보고 싶은 게 사람의 욕망인지라 보면서 비판하는 것일 텐데요.

실제 화장을 '은밀한 사적영역'으로 보는 사람도 많습니다. 한 칼럼니스트는 "사람들 앞에서 화장하는 여자는 결국 여자 화장실 문을 살짝 열고 다른 사람 앞에서 볼일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남성들을 포함한 불필요한 입장에선 '교양의 문제'로 취급할 수도 있겠죠.

그녀들의 입장도 있습니다. 일부는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것이 10분 일찍 일어나지 못한 게으름의 결과라지만 그러기엔 직장인 여성들의 삶이 너무나 팍팍하다는 겁니다. 게다가 일부 사회적 시선은 '최소한의 예의'라고 할 정도로 화장을 강조하는 편이죠. 그렇다보니 출근길 시간도 절약할 겸 지하철 안에서 화장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남자도 지하철 안에서 그날 출근을 위해 다른 준비를 하는 것처럼 여성도 마찬가지로 보면 되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단지 그게 눈에 띄는 '화장'일 뿐인 것이죠.

결국 지하철에서 화장을 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쉽지 않은 이상 "하지 말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지하철에서 화장을 '일부러' 하는 사람보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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