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대법 "오후 8시 퇴근…충분한 휴식 취했으면 업무과로 아냐"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한 업무상 재해 사망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업무가 원인이 됐다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대법원이 업무상재해로 인정하는 '업무 과중'은 어느 정도에 해당할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2015년 12월 한달여간 쉬는 날 없이 일해도 충분한 휴식이 있었다면 업무 과중은 아니라고 판단했다.(2015두49122)
A씨는 건축설계기사로 일하다 뇌출혈로 사망했다. 사망 전 약 4주간 A씨는 상사의 건축사시험 준비관계로 업무량이 늘어 휴무일 없이 일했다. 사망 전날에는 다음날 마감인 건축계획서 준비로 시어머니와의 저녁 약속을 취소하고 밤 10시까지 근무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A씨의 업무환경이 과중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특히 A씨가 담당한 업무가 늘어나긴 했지만 보통 저녁 8시 이전에 퇴근했고, 7년 정도 해오던 설계업무의 범위가 다소 늘었으나 쉽게 적응할 수 있을 정도라 봤다. 또한 사망 전날 밤 10시까지 일하게 된 것으로는 뇌동맥 파열을 유발할 정도의 정신적 충격이 될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어 뇌동맥류 파열은 특별한 원인이 없이도 자연발생적으로 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업무 과로와 스트레스가 있었더라도 그것이 기존 질환인 뇌동맥류의 악화와 파열에 이르게 할 정도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1심은 대법원과 같은 판단으로 업무 스트레스를 뇌출혈의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며 패소판결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사망당시 29세에 불과했고 직접 사망원인인 박리성 뇌동맥류와 관련해 혈관위해요소인 고혈압, 당뇨 등이 없는 점등을 고려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기존 질환으로 뇌동맥류가 있었다 해도 업무 과로와 스트레스로 급격히 악화됐다고 본 것이다.
◇ 판결팁=2심과 대법원 판결이 엇갈린 것에서 보듯 업무상 재해 여부에 대한 판단은 쉽지 않다. 특히 근로자의 사망에 대해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를 인정받으려면 일상적인 업무강도와 스트레스를 넘는 수준에 달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한달 정도의 휴무없는 근무는 일상적인 업무로 판단했다. 특히 야근의 정도가 저녁 8시 이전 최근이라면 업무강도가 세지 않은 것으로 본 셈이다. 물론 여기에 사망 근로자의 기존 질환 유무도 문제가 된다. 뇌동맥류가 있는 근로자가 뇌출혈로 사망할 경우 자연발생이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대법원은 업무상재해 사망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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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을 참고로 한다면 근로자의 산업재해 보상청구를 위해선 일상적 수준을 넘는 업무 강도가 지속적으로 계속됐다는 점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다만 유사한 근무강도라 해도 근로자가 처한 환경이나 기존 질환 유무에 따라 다른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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