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2012년 524건→2016년 1459건…'인권보호 수사준칙' 무력화·'국정농단' 수사도 영향

지난해 검찰의 심야조사가 1459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2년엔 524건에 그쳤으나 박근혜정부 출범 후 4년만에 3배로 급증했다.
심야조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인권보호 수사준칙'이 박근혜정부 들어 사실상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규모 고강도 수사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제출받은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검찰청의 연간 심야조사 건수는 △2012년 524건 △2013년 726건 △2014년 1264건 △2015년 943건 △2016년 1459건으로 4년간 증가 추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정부 4년간(2013∼2016년) 연평균 심야조사 건수는 1098건으로 직전 3개년(2010∼2012년) 평균 495건의 2배가 넘었다.
심야조사란 수사기관이 밤늦게까지 혹은 밤을 새워가며 피의자를 조사하는 것으로, 통상 자정을 넘기는 조사를 말한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15년 수사를 받던 당시 오전 10시에 검찰에 소환돼 새벽 4시에 귀가했던 것이 그 사례다.
심야조사는 대표적인 인권침해적 수사방법으로 꼽혀왔다. 피의자가 외부와 차단돼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장시간 조사를 받으며 체력이 고갈될 경우 제대로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할 위험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일부 검사들은 인간에게 정신적으로 가장 취약한 시간대가 새벽이라는 점을 이용하기도 한다.
검사 출신의 임수빈 변호사는 '검찰권 남용에 대한 통제방안'이란 제목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심야조사는 지쳐버린 피의자로 하여금 범행에 대하여 자백을 얻어내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경우가 있다"며 "피의자가 자백하도록 유혹하거나 강요하게 될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훈령인 '인권보호 수사준칙' 제40조는 '검사는 자정 이전에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에 대한 조사를 마치도록 한다'며 원칙적으로 심야조사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조사받는 사람이나 그 변호인의 동의가 있거나 공소시효의 완성이 임박하거나 체포기간 내에 구속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신속한 조사의 필요성이 있는 등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인권보호관의 허가를 받아 자정 이후에도 조사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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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로 지난 7년간 검찰의 심야조사 가운데 예외조건인 '구속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경우'와 '공소시효가 임박한 경우'는 각각 250건(4.3%), 24건(0.4%)에 불과했다. 94.3%에 해당하는 5539건이 '피의자의 동의'를 심야조사의 근거로 삼았다. 문제는 '을'의 입장에 놓인 피의자가 검찰의 심야조사 요구를 거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관 변호사는 "피의자를 한창 추궁당하는 시점에서 12시가 땡 쳤다고 조사를 중단하는 검사는 없다"며 "검사가 계속하자고 요구하는 경우 이를 거부하고 동의하지 않는 것은 건강상의 이유 등이 없는 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국정농단 수사 때문에 심야조사가 많을 수 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심야조사 급증 추세가 2013년부터 시작됐다는 점에서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인권보호 수사준칙'의 심야조사 금지 원칙이 일선 검사들 사이에 사실상 사문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검찰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7월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 관행 가운데 개선해야 할 핵심 사안이 밤샘 조사"라고 측근들에게 밝힌 바 있다. 대검찰청이 이달 중 출범시킬 검찰개혁위원회에선 심야조사 단축 방안을 검찰개혁안 가운데 하나로 다룰 예정이다.
박 의원은 "심야조사의 지속적인 증가는 검찰이 수사의 편의성과 신속성만 추구하는 과정에서 피조사자의 방어권 보호에 소홀했다는 뜻"이라며 "심야조사는 피조사자의 육체적 피로나 심리적 위축을 수반할 수 있기 때문에 피조사자의 방어권 보호를 위해 제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