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살인' 주범 고작 20년…소년법 폐지가 답?

'인천 초등생 살인' 주범 고작 20년…소년법 폐지가 답?

한정수 기자
2017.09.2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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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서초동살롱] 여론은 "소년법 폐지" vs 법조계는 "폐지 반대"…왜?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한살 적다고 주범은 20년, 한살 많은 성인이라고 공범은 무기징역?"

"겨우 20년? 40년 이상 선고해도 모자랄 판에…이게 법이냐?"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8살 여자 초등학생을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에게 징역 20년, 공범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는 온라인 기사 아래에 달린 댓글들입니다.

댓글에서 보듯 재판 결과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은 무척 차갑습니다. 사건의 주범보다 오히려 공범에게 더 높은 형이 선고된 탓이겠죠. 이렇게 형량이 묘한 건 소년법 때문입니다.

이 사건의 주범인 고등학교 자퇴생 A양은 17세, 공범인 재수생 B양은 18세 입니다. 소년법상 범행 당시 만 18세 미만이었다면 사형이나 무기징역 대신 징역 15년의 유기징역을 선고받습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면 형량을 20년까지 늘릴 수 있죠. A양에게 선고된 형량은 법에서 정한 최대 형량인 것입니다. B양 역시 소년법 적용을 받지만, 만 18세 이상이기 때문에 사형과 무기징역에서 제외되는 대상은 아닙니다.

어떠신가요. 한살 차이로 형량이 크게 갈린 것, 쉽게 납득이 되시나요? 이 사건과 더불어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여중생 폭행사건 등을 계기로 소년법 폐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여론은 소년법 폐지 주장이 우세하죠. 하지만 법조계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지금부터 이번 사건과 판결을 자세히 알아보고, 소년법 논란과 관련한 법조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살펴보겠습니다.

◇"우발적 범행·심신미약" 인정 안돼…법정 최고형

사건은 지난 3월29일 발생했습니다. A양은 당시 인천 연수구 한 공원에서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생인 C양(8)을 유인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살해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B양은 A양에게 '어린 아이를 살해해 시신 일부를 전해 달라'고 말하는 등 이번 사건을 함께 계획하고 범행 당일 오후 서울 한 전철역에서 A양을 만나 C양 시신 일부를 건네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정말 상상조차 하기 힘든 엽기적인 범행이었죠.

재판에 넘겨진 A양은 우발적 범행이었던 점과 사건 당시 심신장애가 있었던 점 등을 주장했습니다. 감형을 받기 위해서였죠. 그러나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A양이 조사 과정에서 주장한 증상들이 범행 당시 심신 상태와 직접 연관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사후 발각을 대비한 행적을 보인 점 등을 고려하면 계획적 범행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살인 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B양에게도 살인죄를 적용했습니다. A양 범행의 공범으로 본 것이죠. 재판부는 "범행 당시까지 A양과 B양의 긴밀했던 유대관계, 범행 전후 정황 등에 비춰 보면 공모관계를 인정하는 A양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청소년, 형사책임 질만한 판단능력 없어"

정말 다시 일어나서는 안될 사건입니다. 대중들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한 듯 보입니다. 그런데 정말 한살 차이로, 형량에 큰 차이가 나는 이런 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소년법을 당장 폐지해야 하는 걸까요?

그런데 법조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소년법 폐지에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소년법을 폐지할 수는 없다"며 "최고 형량을 15년 또는 20년으로 한정하는 연령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소년범 뿐 아니라 성인범에 대해서도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지만 그것만이 가장 효과적인 형사정책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도 지난 13일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시대가 달라져 소년이라는 이유로 관대한 처벌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보지만 폐지는 다른 법과의 관계상 고려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8년째 소년재판을 맡고 있는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도 "소년법 자체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많은 법조계 전문가들이 소년법 폐지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가 뭘까요.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청소년들은 형사책임을 질만한 판단능력이 아직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성장 단계에 있는 만큼 사회적 책임 의식 역시 완전히 형성된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죠. 그는 또 "소년일 때 엄하게 처벌을 하면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기회가 박탈된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범죄의 예방효과라는 것은 죄를 지으면 엄벌을 받는다고 생각해서 범죄를 저지를 생각을 하지 않게 억제를 하자는 것인데 청소년들은 미성숙하기 때문에 예방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국민들이 자신의 아이가 피해자가 될 것 같아서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데, 사실은 가해자가 될 확률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금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죠. 실제로 대법원이 펴낸 '2017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범죄를 저질렀거나 저지를 우려가 있어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 소년부에 송치된 청소년 중 74.5%가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은 집안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방증입니다.

어떠신가요. 꽤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금까지 정치권을 중심으로 소년법 폐지와 관련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에도 청소년 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소년법 개정안이 여러건 발의돼 있는데요. 하루 빨리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이 도출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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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수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법조팀장 한정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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