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그후 1년]'김지은 미투' 안희정 전 지사 1심 무죄 판결…'서지현 미투' 안태근 전 검사장은 1심 판결 앞둬

지난해 줄을 이었던 미투(Me too) 운동 중 가장 파급력이 컸던 것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비서인 김지은씨의 언론 인터뷰였다. 김씨는 "수행비서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며 안 전 지사의 성관계 요구에 억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안 전 지사 측은 부적절한 관계였음은 인정하면서도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반박했다.
김씨 측은 변호인단을 꾸리고 안 전 지사를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를 적용해 안 전 지사를 재판에 넘겼다. 안 전 지사가 상급자로서 권력을 악용해 강제로 성관계한 게 맞다고 본 것이다. 이는 1심 재판에서 핵심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약 2달에 걸친 심리 끝에 안 전 지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위력은 있었지만 위력의 존재감이나 지위를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 주장처럼 안 전 지사가 상급자로서 권력을 앞세워 억지로 성관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검찰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다음달 1일 항소심 판결이 예정돼 있다.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안 전 지사는 "힘으로 상대의 인권과 권리를 빼앗은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해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53·사법연수원 20기) 사건은 민·형사소송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서지현 검사(45·33기)의 입에서 시작됐다. 서 검사는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안 전 국장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이를 문제 삼으려 하자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검찰은 인사 불이익 부분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안 전 검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성추행 혐의는 공소시효 문제로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법정에서 안 전 검사장 측은 서 검사를 성추행한 기억도, 그런 내용의 소문을 들은 적도 없기 때문에 인사 불이익을 줄 이유도 없고 관여한 적도 없다고 항변했다.
안 전 검사장 사건 선고는 23일로 예정돼 있다. 서 검사 측이 법정에서 동료 검사들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거짓 증언을 했다며 변론재개를 요청한 상태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서 검사는 이와 함께 안 전 검사장에게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문단 미투'라는 이름으로 주목받았던 시인 고은씨의 재판은 민사 사건으로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시인 최영미씨와 박진성씨로부터 시작됐다. 최씨는 1992~1994년 종로 탑골공원 근처 주점에서 고씨가 성추행을 한 적이 있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박씨도 고씨가 2008년 4월 초청 강연회 뒤풀이 자리에서 성추행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최씨의 주장에 동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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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커지자 고씨는 자신의 전시공간을 철거하고 모든 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고씨는 최씨, 박씨와 두 사람 주장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10억7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최씨는 고씨가 증언대에 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고씨 측은 정신적 충격이 커 법정에 나오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투 운동으로 실형 선고를 받은 첫 사례가 됐던 이윤택 전 연희거리단패 예술감독은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 감독은 극단에서 절대적 지위를 가진 점을 이용해 극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10년 동안의 취업제한을 선고받았다. 이 전 감독은 안마를 받고 연기지도를 해준 것일 뿐 성범죄 의도는 없었다며 범행을 계속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