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에서 사람 죽는 게 뭐가 이상하나요?"

"공사장에서 사람 죽는 게 뭐가 이상하나요?"

방윤영 기자
2019.09.06 05:31

[기획/공사장, 사람이 무너진다(상)]업무 효율성 때문에 안전은 뒷전…중소건설사 시공 늘어나 더 문제

[편집자주] 인재(人災)는 왜 그 지위가 늘 낮은 곳에서만 벌어질까. 지난 7월31일 목동 대심도 터널(신월저류배수시설)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3명이 빗물에 휩쓸려 숨진 사건도 마찬가지다. 사고 한 달여가 지난 지금, 또 다시 기록적인 폭우와 강풍을 동반한 태풍이 한반도에 몰려오고 있다. 여전히 낮은 우리 공사 현장의 안전의식과 ‘안전장치’의 현주소에 대해 점검해 본다.
지난달 14일 경기 한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지하 공간 포함 약 15m 높이 난간에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작업하고 있다. /사진=방윤영 기자
지난달 14일 경기 한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지하 공간 포함 약 15m 높이 난간에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작업하고 있다. /사진=방윤영 기자

"오늘도 죽었네"

최근 경기 소재 한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A씨는 뉴스 기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일 오전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승강기가 추락해 근로자 3명이 숨졌다는 내용이었다. A씨의 일터나, 공사 현장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그러면서 "공사장에서 사람이 죽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람 죽는 게 이상하지 않은 공사현장…다치면 "본인 책임"= A씨의 일터는 한 중소건설사가 시공하는 곳으로 상시 근로자는 150명 수준이다.

현장에 들어서자마자 약 15m 높이 난간에서 작업하는 근로자가 눈에 띄었다. 여전히 안전벨트는 매지 않았다. 근로자가 안전하게 현장을 오갈 수 있는 '안전통로'는 겨우 한 사람씩 지나다닐 정도로 비좁았고, 그마저도 쌓아둔 자재 때문에 경사가 져 아슬아슬하게 다녀야 했다.

경기 한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 마련된 안전통로. 건축 자재로 통로가 비좁고 경사가 져 있어 성인 1명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다. /사진=방윤영 기자
경기 한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 마련된 안전통로. 건축 자재로 통로가 비좁고 경사가 져 있어 성인 1명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다. /사진=방윤영 기자

이 때문에 근로자들은 이 통로 대신 현장을 가로질러 다닌다. 콘크리트를 붓기 전 틀을 만들어주는 거푸집 작업장을 지나다니는데, 철근이 바둑판 모양으로 설치돼 있어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발을 잘못 디뎠다가는 구멍 안으로 발이 쉽게 빠진다. 근로자는 철근 모서리를 밟아가며 이동한다. 공사 자재를 들고 이곳으로 이동해야 할 때는 마치 "곡예사 같다"고 A씨는 표현했다.

건물 안 현장도 위험천만하다. 콘크리트벽 사방에는 철근이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어 긁히면 바로 살이 찢어진다. 계단에는 볼트 등 각종 자재가 널려 있다. 실제로 근로자 1명이 볼트를 밟고 넘어져 허리를 다쳤고 3개월째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고 한다.

'일하던 중 다친 적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A씨는 "온몸에 칼자국처럼 상처가 있어 조폭인 줄 알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한 물류센터 공사 현장 거푸집 작업장. 근로자는 안전통로 대신 이곳을 지나다닌다.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발을 헛디디면 쉽게 빠질 수 있는 구조다. /사진=방윤영 기자
경기 한 물류센터 공사 현장 거푸집 작업장. 근로자는 안전통로 대신 이곳을 지나다닌다.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발을 헛디디면 쉽게 빠질 수 있는 구조다. /사진=방윤영 기자

◇하도급에 하도급…환경 더 열악한 중소건설사 시공 많아져 더 문제= 공사 현장 안전이 무너진 배경에는 하도급이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시행사는 시공사(원청)에 일을 맡기고, 시공사는 다시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준다. 담당 공사별로 건설업체가 정해지면 이들은 다시 작업을 세분화해 '팀장'에 일감을 준다. 팀장은 소사장(작은 사장)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들이 팀원(일용직 근로자)을 거느리며 월급을 지급한다.

소사장들은 공사 기간을 단축하면 인센티브를 받는다. 시간과 비용을 아낄수록 자기 몫이 커진다. '속도'를 우선하고 근로자의 안전이 후순위로 밀리는 이유다.

A씨는 "일당으로 받는 편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일거리를 마치면 돈을 받는 '물량도급'을 받는 팀은 더 팍팍하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 사정이 악화되면서 중소건설사가 시공하는 공사 현장이 늘어난 것도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를 조사한 결과 20억원 미만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사망자(261명·53.8%)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경기 한 물류센터 공사 현장 내부. 건축 자재가 어지럽게 방치돼 있고(위), 계단에는 볼트 등이 떨어져 있다. /사진=방윤영 기자
경기 한 물류센터 공사 현장 내부. 건축 자재가 어지럽게 방치돼 있고(위), 계단에는 볼트 등이 떨어져 있다. /사진=방윤영 기자

A씨는 "안전벨트를 설치·제거하는 그 시간이, 업무 효율성을 떨어트린다고 생각한다"며 "속도가 느리면 해고 통보를 받는데 누가 자신의 안전을 챙기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일하다 다쳐도 시공사 측은 '니가 잘못한 것 없느냐', '그만큼 치료비를 깎겠다'는 식"이라고 토로했다.

문제 제기에는 "일하기 싫으면 나가라"는 식이다. 근로자 B씨는 고용노동부에 안전 문제로 민원을 넣었다가 시행사 측에서 "신고자를 반드시 색출할 것"이라는 협박만 들었다.

◇폭염 대책 요구는 사치…"우리는 사람이 아니다"=목숨을 걸고 일하는 마당에 폭염 대책을 요구하는 건 사치다. 올해 여름 낮 최고기온 35도(℃)를 기록하는 등 폭염이 이어진 날이었지만 정부의 폭염 대책은 현장에서 무용지물이다. 에어컨은커녕 선풍기조차 없었다. 땡볕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그늘을 찾아 쉬는 게 폭염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경기 한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사용하는 물통(왼쪽). 근로자가 더위를 식히기 위해 하수구 인근에 설치된 수도시설에서 세수하고 있다. /사진=방윤영 기자
경기 한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사용하는 물통(왼쪽). 근로자가 더위를 식히기 위해 하수구 인근에 설치된 수도시설에서 세수하고 있다. /사진=방윤영 기자

정부는 완전하게 햇빛을 피할 수 있는 휴게공간을 만들 것을 권고했지만, 컨테이너 박스는 옷을 갈아입거나 장비를 보관하는 장소일 뿐이다. 냉방시설이 없어 폭염엔 오히려 찜통이 된다. 컨테이너도 그나마 노동조합에 가입돼있는 사람에게만 설치해준다.

B씨는 "폭염이면 작업을 중단하고 쉬라고 하지만, 아무도 쉬지 않는다"며 "쉬면 일당을 절반만 줘서 일당쟁이인 우리는 일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 현장에서 우리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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