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안 된다던 정부가 '대구 코로나'로 부르다니

'우한폐렴' 안 된다던 정부가 '대구 코로나'로 부르다니

오진영 인턴기자
2020.02.23 14:45
/사진 = 정부 보도자료
/사진 = 정부 보도자료

정부가 코로나19(COVID-19) 대응 관련 보도자료에서 코로나19를 '대구 코로나19'로 표기한 것에 대해 여·야 정치권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정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와 행정안전부 합동으로 배포한 코로나19 관련 보도자료의 제목을 '대구 코로나19 대응 [범정부특별대책지원단] 가동'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어 '우한 폐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지침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누리꾼들은 정부의 지침에 대해 '경솔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대구 시민인데 지금 너무 힘들다. 인터넷을 보면 대구에 대한 비난글들뿐"이라며 "제발 대구 지역에 대한 비난을 멈춰달라"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사진 = 김부겸 페이스북
/사진 = 김부겸 페이스북

대구 정치권에서도 "대구 폐렴이라는 말을 쓰지 말아달라"며 보도자료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국회의원(대구 수성갑)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대구 폐렴이나 TK 폐렴 등 대구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표현은 정말 참기 어렵다"며 "대구 폐렴에는 지역주의가 묻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대구는 미증유의 위기를 겪고 있는데 특정 지역에 편견을 갖다 붙여 차별하고 냉대하는 것은 지역주의 정치"라면서 "사람이 있고 정치가 있는 것이다. 정치가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아파 쓰러지는데도 정치를 끌어들이는가"라고 호소했다.

미래통합당의 곽상도 의원(대구 중·남)도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는 코로나 발병지인 중국의 지명을 붙인 이름 '우한 폐렴'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며 "그런데 보도자료를 통해 대구에서 코로나가 발병한 것처럼 대구 코로나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대구로 화살을 돌리려는 것"이라고 맹비난을 쏟아냈다.

 권영진 대구광역시장이 20일 오전 대구시청에서 '코로나19' 대응 관련 정례브리핑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권영진 대구광역시장이 20일 오전 대구시청에서 '코로나19' 대응 관련 정례브리핑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정부는 결국 "명백한 실수"라면서 고개를 숙였다. 정부는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보도자료 제목을 축약하는 과정에서 '대구 코로나19'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이 나갔다"며 "명백한 잘못이라는 점을 알려드리며, 상처를 받은 대구 시민 및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후 권영진 대구시장은 "나를 욕하는 것은 좋으나 대구시민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권 시장은 23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우한 폐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듯이 '대구 코로나'도 없다"며 "대구 여행 후 감염됐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권 시장은 정치권을 향해서도 "대구의 아픔을 정치적 이익에 이용하거나, 정쟁의 도구로 삼는 행위는 자제해달라"며 "차라리 침묵하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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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오진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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