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봐도 다른데"…가짜 신분증에 계좌 열어 준 '케이뱅크'

"누가봐도 다른데"…가짜 신분증에 계좌 열어 준 '케이뱅크'

이강준 기자, 김남이 기자
2020.06.10 04:29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26일 오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가 진행된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4월부터 자본금 부족으로 일부 대출 상품 판매를 멈췄고 최근에는 거의 모든 대출 업무가 중단됐다. 원활한 경영을 위해서는 관련법 처리를 통해 KT가 대주주로 들어서서 증자에 나서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이 개정돼 KT가 대주주로 승인되면 케이뱅크는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확충하고 대출 영업을 재개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케이뱅크 사옥. 2020.2.26/뉴스1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26일 오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가 진행된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4월부터 자본금 부족으로 일부 대출 상품 판매를 멈췄고 최근에는 거의 모든 대출 업무가 중단됐다. 원활한 경영을 위해서는 관련법 처리를 통해 KT가 대주주로 들어서서 증자에 나서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이 개정돼 KT가 대주주로 승인되면 케이뱅크는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확충하고 대출 영업을 재개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케이뱅크 사옥. 2020.2.26/뉴스1

운전면허증 사진이 본인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경고를 받았지만 케이뱅크는 비대면 계좌를 만들어줬다. 계좌 개설을 요청한 사람은 운전면허증을 위조한 사람이었다. 개설된 계좌는 다른 금융사에서 본인확인용으로 사용됐다.

확인결과 몇몇 금융사에서는 신분증의 사진 일치 여부를 비대면 계좌개설에서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불일치 판정이 나도 다른 △이름 △주민등록번호 △발급일자 △면허번호 등이 맞으면 본인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관련 기사[단독]'위조신분증'에 뚫린 비대면금융…나도 모르게 1억 털렸다

금결원·경찰청 '신분증 사진 불일치' 결론 냈지만 계좌 개설 가능

9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4월 1일 위조범은 공무원 A씨(30)의 운전면허증을 위조해 케이뱅크에 비대면 계좌 개설을 요청했다. 위조범은 운전면허증의 사진을 자신의 것으로 바꿔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미 위조한 면허증으로 알뜰폰 개통은 해놓은 상태였다. 위조범에게는 위조 신분증과 본인 확인용 휴대전화가 준비된 셈이다.

케이뱅크는 계좌 개설시 △본인 인증용 휴대전화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된다. 이후 타행계좌 이체 인증이 필요한데 이것은 영상통화로 대체할 수 있다. 위조범은 영상통화를 선택했다. 위조범은 가짜 신분증을 든 채 태연히 본인인증을 하고 계좌를 개설했다.

문제는 계좌개설 과정에서 운전면허증 진위여부가 제대로 판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조범이 찍어 보낸 가짜 면허증을 케이뱅크가 진짜라고 판단한 것이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원본과 위조 면허증에 쓰인 사진은 확연히 달랐다. 원본 사진은 짧은 머리에 안경을 안 썼지만 위조 사진은 덥수룩한 머리에 뿔테안경까지 썼다. 두 사진을 놓고 보면 누구라도 다른 사람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정도다.

금융결제원과 경찰청이 구축한 운전면허증 진위판단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했다. 경찰청 진위판단 시스템은 사진이 원본과 불일치 하다는 결과를 금융결제원에 보냈고, 금융결제원도 해당 내용을 케이뱅크에 통보했다.

하지만 케이뱅크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발급일자 △면허번호 등이 일치하다는 것을 근거로 사진 불일치는 무시하고 본인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사실상 신분증 상의 사진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신분증이라는 게 세월이 지나면 손상이 많이 가기 때문에 제대로 식별되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다”며 “휴대폰 본인 확인 같은 과정에서 의심할 여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계좌를 개설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 계좌로 타행 실명인증 통과...몇몇 금융사도 사진 일치 여부 무시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케이뱅크에서 계좌를 만든 것은 타행에서 대출을 받는데 단초가 됐다. 본인인증 확인 방법 중 타행계좌 실명확인 방식이 있는데, 위조범은 케이뱅크 계좌를 이용했다. 케이뱅크 외에도 비대면으로 3곳의 증권사에서 계좌개설을 하고, 2곳의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았다.

광주은행에서 4000만원의 대출을 받을 때도 위조범은 케이뱅크 계좌를 알려주고, 광주은행이 해당 계좌로 확인용 소액(1원)을 이체해 정상 거래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본인인증 단계 중 하나를 통과했다.

이와 함께 케이뱅크 외 다른 금융기관에서도 신분증의 사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의 금융기관이 신분증 사진 불일치 여부는 판단하지 않는다는 답을 내놨다. 광주은행도 사진 여부는 확인하지 않고, 신분증 내 주민번호 등만 확인했다.

A씨의 변호를 맡은 법률사무소 동반의 김태연 변호사는 "앞으로도 추가 피해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대면 계좌를 이용한 사기범죄가 기승을 부릴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본인확인의무 방법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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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이 기자

인간에 관한 어떤 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테렌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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