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습기 살균제, 뇌신경손상도 일으킨다"

[단독]"가습기 살균제, 뇌신경손상도 일으킨다"

오문영 기자
2020.06.19 18:52
인간과 유전자 구조가 비슷한 열대어 제브라피시를 가습기 살균제 주요 성분인 PHMG와 PGH, CMIT에 노출시킨 후 반응을 관찰한 결과. 산화물의 형성(붉은색 부분)이 폭넓게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다./사진=조경현 교수팀 제공
인간과 유전자 구조가 비슷한 열대어 제브라피시를 가습기 살균제 주요 성분인 PHMG와 PGH, CMIT에 노출시킨 후 반응을 관찰한 결과. 산화물의 형성(붉은색 부분)이 폭넓게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다./사진=조경현 교수팀 제공

SK케미칼과 애경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의 성분들이 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습기 살균제의 세 가지 성분(PHMG·PGH·CMIT/MIT)이 뇌신경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해 처음으로 비교연구한 사례다. 연구결과는 피해자들이 호소해온 뇌 관련 질환들이 가습기살균제에 의한 것임을 뒷받침한다. 폐질환에 한정 돼있던 피해자들의 구제 범위가 보다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남대학교 조경현 교수팀은 19일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와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 'CMIT/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 및 메틸이소티아졸리논)으로 동물실험을 한 결과, 해당 성분들이 뇌신경조직과 피부 독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결과가 담긴 논문은 오는 30일 한국환경생물학회 '환경생물'에 게재될 예정이다.

연구팀은 각 성분을 최종농도(40mg/L)로 희석한 물에 인간 유전자와 90% 이상 유사한 어종인 제브라피쉬를 30분간 노출시켰다. 이후 제브라피쉬의 '시각덮개'(optic tectum) 부분을 절단해 산화물의 생성 정도를 비교했다. 시각덮개는 사람의 중뇌 영역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시각 중추기능과 정보처리 및 행동조절, 신경세포의 발달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CMIT/MIT에 노출된 제브라피쉬는 정상적인 대조군에 비해 17배 많은 산화물을 보여 가장 심각한 두뇌 독성을 보였다. PGH는 15배, PHMG는 11배 더 많은 산화물을 보여줬다.

가습기살균제 성분은 피부 독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사람 피부섬유아세포와 동등한 농도로 희석된 가습기살균제 원료들을 농도별로 처리한 결과, 농도에 따라 세포 생존율이 반비례하여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PHMG가 처리된 세포의 생존율은 16mg/L 처리농도에서 32%의 가장 낮은 생존율을 보였다. PGH는 49%, CMIT/MIT는 41%의 생존율을 보였다.

그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자녀들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비롯한 언어장애, 운동장애, 발달장애를 겪고 있다고 밝혀왔다. 아토피와 같은 피부질환을 진단받은 이들도 적지 않다. 가족들은 이같은 증상이 가습기살균제 때문이라고 의심했으나 관련 동물실험 결과가 없어 입증할 길이 없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한국에서만 일어난 대형 인명피해라는 점에서 다양한 전신성 질환에 대한 해외 선행연구도 찾기 어렵다.

조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피해자들의 구제범위를 넓히는 근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폐질환 △태아피해 △천식 △독성간염 △아동 간질성 폐질환 등 5가지를 공식 인정하고 있다. 피해 인정 질환 범위 등을 넓히는 것을 골자로 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은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태다. 정부는 오는 9월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을 마련 중이다.

조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엘(theL)과의 통화에서 "피해자 자녀들이 자폐증상이나 언어발달장애와 같은 신경성 질환을 호소하는데 제대로된 독성연구가 없었다"며 "피해자들로부터 상관관계를 연구로 밝혀주면 좋겠다는 요청도 많이 받았다"며 연구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혈관이 가는 곳이라면 어떤 장기에도 가습기살균제 성분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가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독성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다양한 장기 손상이나 전신질환 유성독성에 관한 연구가 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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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영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오문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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