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제보에 전북으로, 열악한 환경 속 방치된 강아지들…5시간 설득해 한 마리 '구조', 12마리 남아

"여기 왜 왔어요?"(남성)
"네?"(기자)
"여기 왜 왔냐고."(남성)
나이가 60대쯤 되었을까. 한 남성이 내게 다가와 그렇게 물었다. 잔뜩 날선 목소리였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강아지를 방치하고 있단 제보를 받고 왔습니다."(기자)
"누가 그런 X소리를 해? X소리야, X소리."(남성)
남성은 한층 더 격앙되었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러더니 그는 돌연 "그것 말고 다른 뉴스거리를 주겠다"며, 혹시 관심이 있느냐고 했다.

그의 주변을 살펴봤다. 강아지 서너 마리가, 무질서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털은 정돈이 안 돼 있었고, 피부도 좋지 않아 보였다. 그중 한 녀석이 차도를 건너갔다. 그 다음 순간, 차가 쌩 하고 차도를 지나갔다. 위험했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일단 그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여기에 어떻게 왔느냐면, 강아지들이 방치돼 있단 글을 SNS에서 봤다. 최초 제보자 A씨가 찍은 영상 속 강아지는 상태가 나빴다. 오래 목욕을 못한 듯 털은 잔뜩 뭉쳐 있었고, 두 눈까지 수북이 덮여 있었다. 밥그릇엔 음식물 쓰레기 같은 게 담겨 있었다. 환경이 무척 열악해보였다. 보호자의 방치였고, 동물 학대였다. 아이를 아무리 불러도, 대답조차 안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집 안엔, 이 강아지 뿐 아니라 다른 강아지들도 많이 있다고 했다.

무척 걱정이 됐다. 거기가 어딘지 위치를 찾아봤다. 그냥 무작정 가보기로 했다. 비가 올 것처럼 습했던 4일 오후, 전북으로 향했다. 차로 약 300km를 달려, 그 집에 도착했다.
컨테이너가 하나 있고, 앞쪽엔 마당이 있었다. 수풀이 곳곳에 우거져 있었다. 그리고 냄비와 온갖 고철들, 의자들, 폐타이어 같은 물건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마치 고물상 같았지만, 쓸 수 있는 물건이라기 보단 수집했단 표현이 더 어울렸다. 멀리서 보면, 쓰레기가 가득한 것처럼 느껴졌다.
직감적으로 ‘이 집이구나’ 싶었다. 수풀을 헤치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철창 안에 강아지 두 마리가 있었다. 흙으로 된 바닥에, 녹슨 밥그릇이 눈에 띄었다. 지붕은 천으로 드리워져 있었다. 녀석들은 가까이 다가가자 세차게 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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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를 듣고, 긴 머리를 묶은 남성이 나왔다. 그는 60대이고, 이모씨라 했다. 기자라 밝힌 내게 경계를 하면서도 할 얘기가 있다고 했다. 집안으로 들어가야 강아지들 상태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 그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마당에 들어가 거기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들어서자마자 알 수 없는, 심한 악취가 진동했다. 냄새에 둔감한 편이라 다행이었다. 안쪽에서 보니, 더 많은 폐기물들이 마당 전체를 가득 채운 게 잘 보였다. 주로 철로 된 냄비, 그릇 같은 것들이 많았다. 이씨는 "사람들이 오면 나눠주려고 가져다 놓은 것"이라 설명했다.
그와 대화를 하며, 강아지들을 살펴봤다. 갈색 빛 얼굴에 몸이 하얀 녀석이, 반가운지 내게 다가왔다. 그 덕분에 가까이서 봤다. 코와 입 주변이 지저분했고, 앞발은 피부병이 난 것처럼 매끄럽지 않았다. 왼쪽 뒷다리 털이 빠진 것도 보였다. 녀석은 내 왼쪽 다리 옆에 다가와 얼굴을 가만히 기댔다. 쓰다듬어주니 좋은지, 귀를 젖히고 얌전히 머물러 있었다.

흰색 털에 귀가 까만 아이도 상태가 비슷했다. 전체적으로 때 국물이 배어 있어 목욕을 오래 안 한 티가 났다. 털은 정돈돼 있지 않았고 길었다. 털이 갈색인 녀석도 관리가 잘 안 된 느낌이었다. 역시 피부병이 있는 듯, 뒷다리로 몸 곳곳을 계속해서 털었다. 간지러운 모양인지, 털고 또 털었다.
강아지를 키우기엔 좋지 않은 환경으로 보였다. 녀석들은 더운 듯 혓바닥을 길게 뺀 채 계속해서 헉헉 거렸다. 잠시 왔다 갔다 하더니, 수풀이며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집 바로 옆이 차도라, 오가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신경이 몹시 쓰였다.

어쨌거나 무슨 사연인지, 이씨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그는 원래 다른 지역에서 유기견 400마리를 돌봤다고 했다. 스스로 동물단체 쪽에선 유명하다고 했다. 꽤 오래 전엔 TV에 나온 적도 있었다고 했다(나중에 찾아보니 사실이었다). 2008년에 교통사고로 머릴 다쳤고, 그 때 보험사기도 당했다고 했다. 그 일로 고소까지 했으나, 잘 해결이 안 돼 억울하다며 내게 하소연했다.
그 일로 유기견 보호소는 접었다. 그러나 그 후로도 강아지들이 좋아 유기견들을 데리고 왔단다. 몇 마리냐 물으니 "모두 열세 마리가 있다"고 했다. 이름을 따로 지어주진 않았고 ‘애기’라 부른다고 했다.
기초생활수급자라던 그는 "한 달에 50만원을 받아 사료 값으로 쓴다"고 했다. 대학 근처서 버린 음식을 주워와 먹이기도 한다고 했다. 강아지가 좋아 함께 산다고 했으나,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그걸 증명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녀석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살 필요가 있어 보였다.

잘 알려야겠다고 맘먹고 돌아왔다. 어깨가 묵직했다. 내게 쏠렸던 많은 강아지들의 눈망울이 생각났다.
그리고 최초 제보자 A씨를 통해 그 이후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A씨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동물단체 여러 곳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대부분 답이 없었다. 뒤늦게 동물자유연대 한 활동가 도움을 얻었다. 힘겹게 전북 완주군청 측 협조를 구했다. 이어 해당 견주를 5시간이나 설득했다. 그래서 그 곳에서 가장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한 녀석만 겨우 구조했단다.
인근 동물병원에 가서 덥수룩하게 잔뜩 뭉쳐 있던 털을 깎았다. 건강 검진도 받았다. 5살 남짓으로 추정되던 녀석은, 심장사상충에 걸려 있었다. 다행히 약물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간수치가 높지만, 입원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완주군청 공무원에게 계속 연락 와 "강아지를 다시 데려가겠다"고 했다. 수의사가 어렵게 설득했고, 포기하겠단 약속을 겨우 받아냈다.

A씨는 녀석을 집으로 데려갔다. 철창에 오래 있어서인지, 걷는 게 어색했다. 배변은 못 가리는 정도가 아니라, 줄줄 샜다. 후유증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털을 다 깎고 보니, 무척 예쁜 녀석이었다. 눈이 크고 까맣고 영롱했다. 모처럼 신이 났는지 산책도 잘했다. A씨는 이 녀석 이름을 ‘미래’라고 임시로 붙였다.
그러나 이제 한 마리 구조했을 뿐이다. 여전히 12마리(견주 주장에 따르면)의 강아지가 그 집에 남아 있다. 전북 완주군청 관계자는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강아지를 어떻게 데려오는 게 어려움이 있다"며 "지속적으로 견주를 설득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동물의 5대 자유가 있다. 1. 배고픔으로부터의 자유 2.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3. 아픔으로부터의 자유 4. 정상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자유 5. 두려움과 공포로부터의 자유. 그 권리를 지켜주는 이만이 비로소 '보호자'라 불릴 자격이 있다.
그래서 뒤돌아서며, 다시 구조하러 오겠다고 다짐했다. 너희에게도, 숨쉬는 동안 행복할 권리가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