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집 걸러 '임대 현수막' 초토화 된 명동…"장사해서 전기료도 못낸다"

한집 걸러 '임대 현수막' 초토화 된 명동…"장사해서 전기료도 못낸다"

김소영 기자
2021.03.09 05:10

[르포]상가 곳곳 '임대' 현수막 내걸어…일부 3~4성급 호텔은 '1년째 임시 휴업'

지난 5일 오전 한산한 명동 메인 거리의 모습. /사진=김소영 기자
지난 5일 오전 한산한 명동 메인 거리의 모습. /사진=김소영 기자

"매출이요?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줄었어요. 이제 주변에 남은 가게가 많이 없어요."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작은 옷가게 사장 A씨는 하루 장사를 정리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대로 주변 상가는 모조리 '초토화'됐다. 명동 메인 거리는 한 건물 건너 하나 꼴로 임대 현수막을 내건 상태였다.

초토화된 명동 상권…"코로나19 이전보다 매출 90% 줄어"

지난 4일 밤 찾은 명동은 인적이 드물고 고요했다. 수도권의 코로나19(COVID-19) 확산세로 인해 명동 상권은 또다시 직격탄을 맞았다. 명동성당 앞을 지나 메인 거리로 들어서자 퇴근길 발걸음을 재촉하는 직장인만 간간이 보일 뿐 쇼핑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퇴근 후 옷을 사기 위해 잠깐 들렀다는 인근 직장인 B씨는 "자주 갔던 명동 골목 안쪽 옷가게가 어느 순간 폐업해 속상하다"며 "그나마 스파 브랜드들은 남아 있어 영업시간이 끝나기 전에 간단히 쇼핑을 할 생각"이라고 말하며 걸음을 서둘렀다.

지난 4일 오후 명동의 폐업한 한 화장품 가게 뒤로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김소영 기자
지난 4일 오후 명동의 폐업한 한 화장품 가게 뒤로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김소영 기자

텅 빈 명동 거리를 보며 속상한 건 상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가게를 연지 1년이 조금 넘었다는 액세서리점 사장 C씨는 "운 없게도 장사를 시작하자마자 코로나19가 터졌다"며 "장사 초기와 비교하면 지금 한 달 매출이 90% 이상 줄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어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해야 돈을 벌 수 있는데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몰라 기약이 없다"며 "계약 기간이 남아 월 수천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내 가면서 적자를 보고 있다. 하루 매출보다 전기료가 더 나가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4일 오후 인적이 드문 명동 밤거리를 한 행인이 걷고 있다. /사진=김소영 기자
지난 4일 오후 인적이 드문 명동 밤거리를 한 행인이 걷고 있다. /사진=김소영 기자

한때는 명동 거리를 꽉 채웠던 노점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간식거리를 파는 노점 상인 D씨는 "작년 초만 해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 앞 길에 쭉 앉아 간식거리를 사 먹곤 했다"며 "그땐 장사가 꽤 됐는데 지금은 그냥 접어야 하나 싶을 정도"라고 호소했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오후 10시가 되자 영업을 종료한 인근 식당과 술집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많은 인파가 쏟아져 나오는 모습을 예상했으나 이내 기대는 산산이 조각났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규제가 이어지는 탓인지 소규모 무리만 간간이 보였다.

직장 동료와 술을 마시고 귀가한다는 E씨는 "오랜만에 명동에 왔는데 빈 가게가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며 "백신이 나왔으니 경기가 점점 회복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3~4성급 호텔들, 폐업·휴업…"관광객 발길 끊겨 죽을 맛"

지난 5일 오전 다시 찾은 명동은 전날 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텅 빈 가게들 내부와 유리창마다 붙어 있는 임대 현수막은 밝은 햇살 아래서 더 도드라져 보였다.

정오가 가까워 오자 주변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를 위해 쏟아져 나왔다. 오랜만에 명동 거리가 활기를 띤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때도 잠시, 점심 시간이 끝나자마자 거리는 또다시 텅 비었다.

지난 5일 오전 임대 현수막을 내건 명동 가게들 모습. /사진=김소영 기자
지난 5일 오전 임대 현수막을 내건 명동 가게들 모습. /사진=김소영 기자

한 화장품 가게 주인 F씨는 "한한령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었을 때부터 아예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긴 지금까지 아주 죽을 맛"이라며 "내국인 손님도 거의 없어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메인 거리를 벗어나 명동역 주변을 돌아봤다. 임시 휴업을 알리는 호텔들이 눈에 띄었다. 실제로 명동의 일부 3~4성급 호텔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투숙객이 급격히 줄어 폐업 또는 임시 휴업을 선언한 상태다.

명동역 인근에 위치한 더 그랜드 호텔과 밀리오레 호텔 등은 '임시 휴업' 안내문을 내건 채 문을 걸어 잠갔다. 영업 계획을 바꾼 호텔도 있다. 명동에서만 4개 지점을 운영하는 호텔 스카이파크는 일부 지점을 코로나19 자가격리 대상자 수용시설로 탈바꿈했다. 이비스 앰배서더 서울 명동은 2월 한정으로 진행했던 '일주일 투숙 장기 프로모션'을 연장 운영한다.

지난 5일 오전 휴업한 명동의 한 호텔 입구(왼쪽) 앞에 임시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사진=김소영 기자
지난 5일 오전 휴업한 명동의 한 호텔 입구(왼쪽) 앞에 임시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사진=김소영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신음하는 건 명동의 호텔뿐만이 아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이나 휴업 신고를 한 숙박업소는 102곳에 달했다. 전년(2019년)의 63건 보다 절반 이상 늘어난 것. 이 중 휴업을 한 숙박업소는 49곳으로 9곳이던 전년의 5배 이상이다. 또 올해 1월 들어서는 벌써 18곳이 휴업을 한 상태다.

불 꺼진 밀리오레 호텔 간판을 뒤로한 채 명동역으로 향했다. 한산한 지하상가의 모습을 보니 전날 밤 옷상자를 들여놓던 옷가게 사장 A씨의 한숨 섞인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냥 끝까지 버텨 봐야죠.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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