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현금 들어있는 저금통 팔아요" 중고거래…법적 문제있다?

[법률판]"현금 들어있는 저금통 팔아요" 중고거래…법적 문제있다?

정영희 법률N미디어 에디터
2021.05.29 05:00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중고 판매글이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안에 돈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그 정확한 액수는 모르는 돼지저금통을 7만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입니다.

글쓴이는 "지폐도 적지 않게 들었다"며 저금통 속에 적지 않은 금액이 들어 있을 것이라고 소개하지만 누리꾼들은 냉소적 반응을 보입니다. '중고거래가 아닌 뽑기'라는 지적부터 '눈으로만 봐도 7만원은 어림없다'는 사기를 의심하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현금이 들어 있는 돼지저금통 중고거래, 법으로 보면 어떻게 될까요?

◇현금 중고거래 가능하긴 하지만

돈을 주고 돈이 들어 있는 저금통을 사는 것 자체가 엉뚱해 보이긴 하지만 이처럼 지폐나 동전 등 화폐를 중고로 판매하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 오래되거나 기념이 될 만한 지폐나 동전을 사고파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일련번호가 잘못 인쇄되거나 무늬가 잘못 새겨진 희귀 화폐는 본래 화폐 가치를 훨씬 뛰어넘는 고가에 거래되기도 합니다.

다만 저금통 속에 들어 있는 화폐가 위변조된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해당 중고거래글에 올라온 사진으로는 저금통 속 화폐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데요. 만일 판매자가 돈을 벌 생각으로 일부러 저금통에 가짜 돈을 넣고 이를 판매했다면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우선 화폐 위·변조에 따른 책임을 져야겠죠. 형법에 따르면 화폐를 위조하거나 변조할 경우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남이 위조한 지폐를 사용하기만 했더라도 죄가 되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위·변조 지폐를 취득해 돈으로 쓰려고 한 자 또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라는 무거운 처벌을 받습니다.

위조화폐를 통해 금전적 이득을 얻었다면 사기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순히 지폐가 조금 훼손된 정도라면 사기죄를 묻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사용이 불가능한 가짜 화폐를 진짜인 것처럼 판매해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만들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사기죄가 인정될 경우, 편취한 돈도 다시 돌려줘야 합니다.

◇저금한 돈이 7만원보다 적다면?

판매자는 저금통 안에 어느 정도의 돈이 들어 있는지 정확히 모른다면서 어림잡아 7만원 정도가 될 거라고 추측했습니다. 만일 이 말을 믿고 저금통을 구매했는데 저금통 속 금액이 7만원을 크게 밑돈다면 구매자는 환불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중고거래란 사적 계약의 한 종류입니다. 거래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합치하면 계약이 성립합니다. 당연히 원래 물건의 가치가 어느 정도든 간에 판매자는 가격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습니다. 구매희망자 입장에서판매가가 비싸다는 생각이 들 땐 구매를 하지 않으면 됩니다.

원칙적으로 중고 거래에서는 환불 의무도 없습니다. 개인간 거래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에 규정된 청약철회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7만원 상당의 화폐가 들어있는 줄 알고 산 저금통 속에 고작 1만~2만원의 돈이 들어 있다면 구매자로서는 화가 날 만합니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이른바 '사기'를 당한 셈인데요. 이처럼 상대방의 거짓말에 속아 구매의 의사표시를 헀다면 적법하게 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110조) 구매계약의 취소가 인정되면 판매자는 당연히 받은 돈을 다시 돌려줘야 합니다.

그렇다면 판매자가 안에 들어 있는 돈이 '7만원 이상일 수도 있고 이하일 수도 있다'고 명확하게 말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말을 듣고도 구매자가 거래 의사를 보였다면 청약을 승낙한 셈입니다. 이 경우 돈이 모자라더라도 구매자는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를 주장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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