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증시 데뷔](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앞둔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를 위한 공모에 목표의 3~4배에 이르는 투자가 몰리는 등 흥행이 예상되면서 상장과 동시에 국내외 자금을 모두 빨아들이는 유동성 블랙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슈가 되고 있는 국내 시장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최근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들의 현지 주식 현금화 흐름도 가속화하는 추세여서 개인 투자자 수급 역시 쏠림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10일 기준 미국과 유럽, 일본, 홍콩 등의 주식시장에서 이달 12억달러(약 1조8300억원)를 순매도했다. 지난 5월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 4월 5억달러(약 7600억원) 등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순매도세가 강화되는 흐름이다. 올해 1~ 3월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수급은 순매수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매도세와 달리 해외주식 보관금액은 연초 대비 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해외주식 보관금액은 서학개미가 보유한 해당 국가 주식을 돈으로 환산한 수치다. 실제로 올해 1월말부터 3월말까지는 1783억달러(약 272조원)에서 1629억달러(약 249조원)로 감소추세였다. 4월 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이다 이달 9일 기준 1963억달러(약 300조원)까지 뛰었다.
지난 3월말과 비교해 약 20% 가량 오른 수준으로 3월 원/달러 환율도 미국과 이란 전쟁 여파로 1500원대에 있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환율과 상관없이 해외주식의 보관금액은 늘었지만 같은 기간 매수가 아닌 매도가 증가한 셈으로 이례적이라는 것이 증권업계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개개인의 투자 방향을 단정해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2분기 들어 서학개미들이 다시 해외 시장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현금화한 금액이 적지 않다는 의미"라며 "스페이스X 상장을 유념한 투자 자금으로 추정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해외주식 거래를 위해 계좌에 보유한 주요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예수금도 연초와 비교해 최근 적게는 5%에서 많게는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또한 상당한 금액이 스페이스X 직간접 투자를 위한 대기자금일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자금 조달 규모 750억달러(약 115조원),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1조7600억달러(약 2700조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스페이스X 상장이 국내로 향해야 할 증시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변동성을 더욱 키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개인 뿐 아니라 집 나간 외국인 투자자 수급 중 일부가 국내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인들은 올해 약 120조원을 국내 시장에서 순매도했다. 리밸런싱 차원이 강하기 때문에 결국은 다시 재투자 될 수 있는 자금이지만 스페이스X 청약 및 상장 후 진입자금으로 이 자금이 선회하며 수급 균형을 깰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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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메가 IPO인 만큼, 단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에 수급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 청약 및 상장 후 진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자산 포지션을 비우는 과정에서, 최근 상승 탄력이 가팔랐던 한국의 AI·반도체 주도주가 전술적 차익 실현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상장 후 변동성 우려도 크다. 특히, 스페이스X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배정하는 물량이 통상 5~10%인 다른 대형 IPO 건과 달리 25~30%로 높다. 이 때문에 스페이스X 상장이 개인 자금을 대거 흡수하면서 증시가 정점을 치고 약세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나스닥 기술주의 영향을 받는 국내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를 나스닥100과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조기 편입하기로 하면서 추종 펀드들이 기계적으로 주식을 매수해 수급을 블랙홀처럼 끌어당길 가능성이 높은 점도 다른 종목 매도 압력을 가하는 요인"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스페이스X 상장이 국내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지만 단기 쏠림에 의한 수급 변동성 대비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역대 최대인 120조원 규모로 알려진 스페이스X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국내 금융투자 업계도 들썩이고 있다. 기관 등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주 청약은 조기 완판됐고, 개인 투자자들도 스페이스X 편입을 계획 중인 ETF(상장지수펀드)를 대거 사들였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전문투자자로 등록된 개인과 법인 및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했다. 지난 5일과 8일 진행한 1차와 2차 청약은 각각 개시 1분과 2분 만에 전량 소진됐다. 청약의 총 모집 예정 금액은 5억달러(약 7624억원)다.
미래에셋그룹은 글로벌 IB(투자은행) 20여곳과 함께 인수단으로 스페이스X IPO에 참여했다. 미래에셋그룹에 배정될 물량은 11일(현지시간) 확정된다.
최근 국내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스페이스X IPO 청약이 무산되자, 개인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를 편입할 예정인 ETF를 순매수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개인 투자자가 미국 우주항공주 ETF 7개를 순매수한 금액은 1조6367억원에 달한다.
특히 'TIGER 미국우주테크(12,900원 ▲185 +1.45%)'를 1조4784억원어치 사들였다. 'KODEX 미국우주항공(11,775원 ▼5 -0.04%)'도 126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11,860원 ▲150 +1.28%)'와 'SOL 미국우주항공TOP10(10,830원 ▲90 +0.84%)'의 개인 순매수액은 각각 950억원과 517억원이다.
해당 ETF들에 자금이 몰린 것은 각 ETF들이 오는 12일(현지 시각) 상장 예정인 스페이스X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져서다. 이 ETF들은 지난 3월 이후 출시된 상품들로 스페이스X 상장을 감안해 기획됐다.
통상 패시브 ETF의 경우 정기 리밸런싱(재조정) 기간에만 종목 편·출입이 가능하지만, TIGER 미국우주테크, KODEX 미국우주항공, SOL 미국우주항공TOP10은 수시 편입 등 특례를 만들어 스페이스X 상장 시 이를 바로 편입할 수 있게 했다. 스페이스X를 최대 25% 편입할 수 있다. 해당 상품을 운용하는 운용사들은 스페이스X 상장 시 2영업일 이내에 이를 ETF에 반영할 계획이다.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는 액티브 ETF로, 패시브 ETF와 달리 펀드매니저가 기간에 상관없이 종목 편입이 가능하다. 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직접 스페이스X IPO(기업공개)에 참여한다. IPO 참여를 통해 배정받은 주식을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와 '한국투자글로벌우주기술&방산 펀드'에 분배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스페이스X 주식 배정 물량은 정해지지 않았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본부장은 "IPO에 참여하는 것과 상장 후에 스페이스X를 담는 것은 차이가 명확하다"며 "상장 첫날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고, 이를 온전히 반영하는 방법은 IPO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도 오는 16일 'KIWOOM 미국우주데이터센터인프라' 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오는 12일 스페이스X가 상장 예정인 만큼 포트폴리오에 이를 포함할 계획이다.

미국 우주 탐사 업체 스페이스X가 오는 12일(현지 시각) 나스닥 상장을 앞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 관련 종목들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장에선 국내 기업 중에서도 스페이스X의 투자사와 납품사를 비롯해 우주항공 산업 관련 회사까지 폭넓은 호재를 예상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공급망과 매출 연동형 업체들이 관련주로 조명 받고 있다. 스피어(38,500원 ▲8,850 +29.85%), 에이치브이엠(109,900원 ▲8,500 +8.38%)이 대표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1차 벤더사로 언급되는 발사체 소재 기업 스피어는 최근 1년간 301.04% 올랐다. 이날 전일 대비 가격제한선(29.85%)까지 오른 채 정규장을 마쳤다. 스피어는 지난해 7월 스페이스X에 10년간 특수합금을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후 관련주로 엮이면서 주가 강세를 나타냈다.
에이치브이엠 역시 2023년부터 스페이스X에 랩터 엔진용 특수금속을 공급하는 1차 벤더사로 수익 성장세를 이어왔다. 이에 따라 주가도 탄력을 받았다. 에이치브이엠은 이날 전일 대비 8%대 상승했고, 최근 1년간은 336.11% 올랐다. 지난달 26일에는 14만4000원까지 상승하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지난해 12월 5일(2만1950원) 대비 반년 만에 6배 넘게 올랐다.
이밖에도 미국 자회사 캘리포니아메탈을 통해 스페이스X에 티타늄·니켈 특수강 원소재를 납품하는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21,100원 ▼1,400 -6.22%), 스페이스X와 약 1조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장기 공급 계약을 맺은 OCI홀딩스(283,500원 ▲20,000 +7.59%),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에 사용되는 고성능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급사인 삼성전기(1,805,000원 0%) 등도 IPO 수혜주로 꼽힌다.
스페이스X에 직접 지분을 보유한 업체들도 상장을 앞두고 주가가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스페이스X에 2억7800만달러(약 4000억원) 규모 투자를 진행했던 미래에셋증권(51,100원 ▼100 -0.2%)과 미래에셋벤처투자(42,100원 ▲2,650 +6.72%) 등이 대표적인 수혜주다. 최근 1년동안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벤처투자는 각각 169.27%, 529.30% 상승했다. 이들 업체가 투자할 당시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1270억달러 수준이다. 현재 이 회사의 기업가치가 1조7500억~2조달러으로 거론되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10배 이상 평가 차익을 낼 수 있단 계산이 나온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아주IB투자 역시 주목받는다. 아주IB투자는 미국 현지법인을 통해 스페이스X의 구주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IB투자는 최근 1년간 244.36%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스페이스X의 상장으로 우주항공 종목 전반에 온기가 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독립리서치 핀릿에 따르면 스페이스X 관련주는 쎄트렉아이, 인텔리안테크, 스피어, 에이치브이엠, 파이버프로, 퍼스텍,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 이노스페이스, 컨텍, AP위성, 제노코, 루미르, 센서뷰 등 13곳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나스닥은 상장 후 초창기에 주가가 내리는 경향이 있는데 스페이스X도 같은 흐름을 보일지 지켜보고 있다"며 "수급이 쏠리면 우주 관련주의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커질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