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미스터 선샤인' 배경 된 개항장, 新모던보이들이 모인다

[르포]'미스터 선샤인' 배경 된 개항장, 新모던보이들이 모인다

인천=유승목 기자
2021.09.14 06:10

정부 스마트관광시범도시 선정된 '인천 개항장', AR·VR 실감기술 무장하고 재탄생

넷플릭스에서 K드라마 한류를 이끌었던 '미스터 선샤인'을 즐겨 본 외국인들이 기억하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개항장이라 불리는 제물포항이다. 유진(이병헌)이 애신(김태리)과 일본행 배를 타기 위해 향한 곳이었고, 동매(유연석)가 최후를 맞이한 곳이기도 하다. 실제 김은숙 작가는 개항장을 직접 둘러보며 작품의 세계관을 그렸다고 한다.

개항장은 '방한 관광'이 처음 시작된 장소다. 일본과 청나라는 물론 서양에서 온 외국인들이 사교를 즐겼다. 한국 첫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은 쿠도 히나(김민정)가 운영한 글로리 호텔 만큼이나 투숙객으로 붐볐다. 그러나 어느순간부터 찾는 발길이 줄기 시작하더니, 수 년 전부터는 관광객을 보기가 어렵다. 새로울 것 없는 '낡고 오래된' 관광지가 됐기 때문이다.

활력을 잃었던 인천 개항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스마트폰을 손에 든 신(新) 모던보이와 모던걸들이 모여들면서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관광지가 가진 스토리 자원이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등 실감기술과 만나 스마트해졌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를 노리고 한국 1호 '스마트 관광도시' 간판을 달며 환골탈태했다. 지난 6일 인천 개항장을 찾아 100년 전 시간여행을 해봤다.

이 곳이 바로 '인천e지'
인천e지 앱을 접속하면 편리한 인천관광을 위한 '여행MBTI' 검사가 가능하다. 이후 개인 취향에 맞춰 AI가 분석한 여행코스를 추천받을 수 있다. /사진=유승목 기자
인천e지 앱을 접속하면 편리한 인천관광을 위한 '여행MBTI' 검사가 가능하다. 이후 개인 취향에 맞춰 AI가 분석한 여행코스를 추천받을 수 있다. /사진=유승목 기자

개항장을 제대로 즐기려면 인천관광공사가 만든 인천e지 앱부터 내려받아야 한다. 정확히 인천e지, 인천e지AR 두 개의 앱이다. 구한말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기 위해 필요한 타임머신인 셈이다. 개항장 일대가 공공 와이파이존이라 데이터 부담도 없다.

앱을 구동하면 '여행 MBTI' 검사를 통해 취향에 따라 여행코스를 알려주는 'AI 여행 추천'을 해볼 수 있다. '새로움에 가슴뛰는 호기심 여행러'로 진단 받은 기자에겐 개항장 이색 명소를 둘러보라는 처방이 뒤따랐다. 이어 추천 여행패스가 뜨는데, 먼저 개항장을 찾은 이용객들이 직접 만들어놓은 패스를 고를 수도 있다. '거리두기' 시대에 걸맞게 스마트오더부터 짐보관, 오디오 가이드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한국 짜장면 발상지가 개항장인 만큼, 유명 중식당의 메뉴를 미리 보고 주문할 수 있다.

개항장 내 청일조계지 경계계단에서 인천e지앱을 통해 AR시간여행을 하면 130년 전 당시를 파노라믹뷰로 볼 수 있다. /사진제공=인천관광공사
개항장 내 청일조계지 경계계단에서 인천e지앱을 통해 AR시간여행을 하면 130년 전 당시를 파노라믹뷰로 볼 수 있다. /사진제공=인천관광공사

여기까지는 일반 여행 플랫폼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진짜 여행은 적산가옥이나, 박물관 등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에 마련된 실감기술을 체험하며 시작된다. 자유공원 전망대에서 인천e지 AR앱을 켜고 바다를 바라보면 130년 전인 1883년의 인천 바다를 볼 수 있다. 건물과 공장에 가로막히기 전 과거의 인천 앞바다를 현재와 비교할 수 있다.

밑으로 내려오면 제물포구락부에서 외국인들이 사교모임을 즐기는 장면이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대불호텔로 가면 호텔 창립자인 일본인 호리 히사타로의 아들 호리 리키타로가 유령 전시해설사로 나타나 호텔의 역사를 설명한다. 또 조선에서 처음으로 가배(커피)를 판매한 곳 답게, 커피에 대해 알려주기도 한다. 이 밖에도 백범 김구, 선교사 아펜젤러 등 개항장과 관련 있는 역사적 인물들이 관광해설사로 모습을 드러낸다. 2030세대는 물론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느라 분주하다.

차세대 관광 첫 시도, 개항장 영광 되찾을까
인천e지앱에서 김구선생이 개항장과 역사를 설명해준다. /사진=인천e지앱
인천e지앱에서 김구선생이 개항장과 역사를 설명해준다. /사진=인천e지앱

개항장은 차세대 관광 콘텐츠 개발을 노린 정부의 첫 작품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와 지난해 스마트 관광도시 시범사업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인천시가 선정해 국비 35억원과 지방비 35억원 등 88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이후 인천관광공사가 사업을 맡아 10개월 만에 스마트 관광도시 구축을 완료했다. 문체부는 인천을 시작으로 스마트관광도시를 2025년까지 25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인천관광공사는 도시재생과 옛 스토리 콘텐츠 복원에 초점을 맞추고 스마트관광도시를 조성했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실감기술만 추가한다고 해서 관광콘텐츠가 매력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복고풍으로 만든 전동차량 '개항차' 도입으로 이동 편의성을 끌어올리고 지역 여행사와 상생을 모색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인천관광공사 관계자는 "개항장은 가장 클래식한 관광지로 실감기술을 통해 관광지가 가진 스토리텔링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며 "지역 주민들도 활기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 위기가 여전한 데다, 첫 시범작인 만큼 개선점도 눈에 띈다. 스마트관광지를 선보인 지 한 달 가량 지났지만, 아직 앱 다운로드가 1만건 가량에 불과하고, 앱과 연계된 제휴점도 많지 않다. 인천관광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외국인 관광객이 찾을 때면 원활한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며 "개항장 뿐 아니라 인천 전역에서 관광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천e지 서비스 개념도. /사진=한국관광공사
인천e지 서비스 개념도. /사진=한국관광공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