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10년 동안 못한 빗물배수터널, 어떻게 할 것인가?

[기고]10년 동안 못한 빗물배수터널, 어떻게 할 것인가?

임성은 서울기술연구원장
2022.08.30 05:30
/사진제공=서울기술연구원
/사진제공=서울기술연구원

'글로벌 도시'를 지향하는 서울에 '폭우와 수해'는 다소 아이러니할 수도, 후진적인 도시문제로 비춰질 수도 있다. 스마트도시, 행복도시를 지향해 온 것을 생각해도 창피한 일이다. 기술과 연구, 정책과 예산이 제때 필요한 곳에 쓰이지 못하면 자연재해는 인구 1000만 규모의 도시를 한 번에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안겨준 큰 사건이었다. 최근 서울기술연구원이 주관한 긴급포럼에 터널과 하수 영역 최고 전문가가 10명 넘게 모인 이유도 효용성 있는 빗물 대책이 절실하다는 공감대 때문일 것이다.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좋은 제안이 있었다. 국지성 폭우를 처리하기 위해 지역별로 분산돼 있는 저류시설을 서로 연결하고, 인공지능(AI)을 적용하여 최적화된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기술적 제안도 있었다. 지형상 변경이나 증설이 필요한 하수관로나 빗물펌프장의 구체적인 위치도 제안됐다. 기존 하수관로와 터널로 빗물의 유입구를 확대하고 펌프 확대 및 가동상태 점검 등 기본적인 점검요청도 주요 항목이었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빗물배수터널에 주목했다. 현재의 배수 체계만으로는 기상 이변에 대비한 '인명피해 제로'의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또 도시의 우수 관리는 더이상 하수도 중심으로는 해결될 수 없으며, 하천의 역량을 넘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빗물배수터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실제 일본, 미국 등 해외도시를 보더라도 대심도 빗물터널을 저류지로 활용해 홍수나 범람을 막아온 사례가 많다.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멈춰있던 빗물배수터널 재추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로 배수터널 위치를 데이터 기반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구밀집도나 유동인구,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까지 선정할 수 있다. 둘째는 10년 씩 걸리는 공사 기간을 단축해 추진해야 한다. 며칠 전 정부가 빗물터널 사업에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설계와 시공 등을 위한 예산 신청과 확정, 업체선정 등의 절차만 정교하게 추진해도 3~4년의 기간은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는 시민과의 합의 문제다. 우리는 국난이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지혜를 발휘하고, 자신의 이익보다는 공동의 선을 위해 힘을 합쳐왔다. 그간 발파로 인한 소음, 공사 과정 중의 진동으로 인한 민원의 우려가 컸으나, 앞으로 무진동 공법 등 기술적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터널의 시작과 끝인 유입부, 유출부 근처의 수직구 주변만 소음과 진동의 영향을 받는다는 결과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빗물터널이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도시안전 시설'이라는 시민 인식의 전환이라 할 수 있겠다.

넷째로 예산확보에서는 자국민의 보호를 위해서 어떠한 비용이나 외교적 노력을 아끼지 않는 선진국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효율적인 예산집행 전략도 필요하다. 하수터널을 추진하는 동안에도 현재의 하수관로 시스템과 배수 체계를 면밀히 진단한 후 특정 하수관로와 유역에 과중된 홍수량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효율성 제고를 위해 도로 사용과 빗물 배수가 모두 가능한 '복합터널' 설치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책을 계획하고 논의할 때는 많은 전문가들이 이념이나 본인의 견해를 떠나 함께 지혜를 모으고, 결정된 후에는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집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힘들게 결정한 정책이 어느 한두 사람의 소신 발언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결탁되어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어선 안 된다. 안 되는 이유를 찾자면 백 가지 이상을 찾을 수 있다. 선진 도시의 경쟁력은 정책 결정의 투명성과 일관성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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