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에 팔려가 '노예 5년'…"北도 아니고 남한서?" 전세계 경악[뉴스속오늘]

30만원에 팔려가 '노예 5년'…"北도 아니고 남한서?" 전세계 경악[뉴스속오늘]

구경민 기자
2023.08.28 05:3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4년 8월28일. 전남 신안의 '염전노예' 사건 주범들에게 징역 3년6개월 등의 실형이 선고됐다. 그러자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염전노예 사건은 신안의 염전 업주들이 지적 장애인을 상대로 수년간 강제로 일을 시키고 폭행해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사건이다. 특히 주요 외신들이 이 사실을 전 세계에 보도하자 세계인들은 북한이 아닌 남한에서 이런 인권 침해 사건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장애인 인신매매, 임금체불, 학대...강제노역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전라남도 신안군 신의도에 있는 염전에서 무슨일이 벌어졌길래 전 세계가 놀랐을까.

2008년 11월.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지적장애인 채모씨(당시 48살)는 일자리를 찾다가 무허가 직접소개 업자 고모씨를 만났다. 고씨는 채씨에게 더 좋은 일자리가 있다면서 채씨를 신안 염전으로 데려갔다. 알고보니 고씨는 30만원의 소개비를 받고 채씨를 홍모씨의 염전에 팔아버린 것이었다.

채씨의 고된 일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하루 5시간도 자지 못한 채씨는 소금 생산은 물론 벼농사, 신축건물 공사, 각종 잡일, 집안일을 하면서 돈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수년간 노예처럼 일다. 채씨는 "임금을 받지 못하고 나무 각목이나 쇠파이프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선천적 시각장애 5급인 김모씨(당시 40살)도 2012년 7월부터 같은 염전에서 채씨와 함께 일을 했다.

2000년 과도한 카드빚에 집을 나와 공사장을 10여 년 전전하며 서울 영등포역 근처에서 노숙생활을 하다 꼬임에 넘어갔다. 2012년 7월 무료급식소에서 만난 직업소개자 이모씨가 먹고 재워주겠다는 말에 이씨를 따라갔다가 채씨와 같은 처지가 됐다. 알고보니 김씨 역시 100만원에 홍씨의 염전노예로 팔려가게 된 것이었다.

김씨는 채씨와 함께 섬에서 빠져나오려고 2012년 8월부터 수 차례 탈출을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매번 마을 주민들의 전화로 발각돼 도망치지 못했다. 발각될 때마다 매질을 당하고 염전 주인 홍씨에게 "도망치다 걸리면 칼침을 놓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이렇게 김씨는 1년 6개월, 채씨는 무려 5년 2개월 동안 강제 노역 생활을 했다.

/사진=어머니께 부친 김씨의 편지 내용.
/사진=어머니께 부친 김씨의 편지 내용.

강제 노역 생활을 견디지 못한 김씨는 결국 탈출을 마음 먹게 된다. 염전 주인 몰래 편지를 써놓고 이발소를 다녀오는 길에 서울에 있는 어머니에게 편지를 부쳤다. 김씨는 편지에 자신이 섬에 갇히게 된 사연을 썼으며, 찾아올 때는 "소금장수로 위장해서 구출해달라"는 당부를 했다.

어머니 배모씨는 경찰서에 신고를 했고 신고를 받은 서울구로경찰서 경찰들은 정확한 주소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소금 구매업자로 위장해서 다도해 지역에 잠입했다. 그리고 섬 곳곳을 탐문수사하다가 2014년 1월 염전에서 일하던 김씨와 채씨를 구출했다.

김씨는 어머니와 헤어진 지 14년 만에 상봉해 귀가하게 됐다. 채씨는 가족과 지낼 형편이 안돼 영등포에 있는 사회단체가 운영하는 장애인 쉼터에 들어가게 됐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자 염전 근로자 상당수가 업주에게 폭행과 감금을 당하는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일하는 것으로 속속 드러났다. 2014년 2월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신안 염전 근로자 170명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20명이 최장 10년간 임금 체불을 겪었다.

피의자 솜방망이 처벌...염전 노동자 열악한 실태

결국 염전 업주 홍씨는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피해자가 당한 악질적인 범행에 비해 3년 6개월이라는 형량이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셌다.

피해자 중 한 명인 채씨가 5년 넘게 감금당했다는 것에 대한 상대적인 형량과는 별개로, 이 사건은 당장 드러나는 증거가 확실해 실제 적용된 죄만 해도 중감금과 인신매매 등의 경합범에 피해자도 한 명이 아니다. 한국 형법상으로도 더 높은 형을 충분히 선고할 수 있었다. 폭행죄 등 다른 것 다 제외하고 노동력 착취만으로 징역 15년까지 선고 가능했다.

장애인들을 유인해 이들에게 노예 피해자를 공급한 직업소개소 이씨 등은 2년 6월 및 2년 형이 확정됐다. 역시 당시 언론들은 적절한 형량인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비판을 쏟아냈다.

=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염전 노예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열린 "염전 노예장애인 사건 가해자 엄중 처벌 촉구 및 법적 대책 마련"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장애인 인권유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2014.2.25/뉴스1
=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염전 노예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열린 "염전 노예장애인 사건 가해자 엄중 처벌 촉구 및 법적 대책 마련"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장애인 인권유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2014.2.25/뉴스1

하지만 2014년 염전노예 사건이 알려진 이후에도 여전히 염전노예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방송된 SBS 탐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끝나지 않은 숨바꼭질-신안 염전 노예 63인'이라는 제목으로 구출된 '염전 노예 피해자'들의 삶을 조명했다.

당시 이슈가 된 후 63여명의 피해자가 구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작진에 따르면 신안염전 노예사건과 관련한 재판 21건 중 5건만 실형이 선고됐다. 염전주가 반성을 하고 있다는 점과 지역의 관행이었다는 점이 참작됐다는 설명이다.

이 방송에 따르면 한 장애인 단체가 피해자 63명의 현황을 확인한 결과 31명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았다. 일부는 다시 염전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방송에서 김강원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실장은 "염전노예 사건이 국제적인 기준으로 보면 그건 뭐 말할 것도 없이 인신매매다. 100% 노동 인신매매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인신매매죄로 한 건도 다뤄지지 않았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단순히 근로기준법 위반, 임금 미지불로만 다뤄지고 있다"며 "이 경우 체불한 임금을 갚아주거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하게 되면 처벌이 힘들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SBS '끝까지 판다'팀이 2021년 말 전남 신안군에 있는 한 염전에서 노동자 한 명이 탈출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은 새롭게 밝혀진 신안 염전노예 사건을 형사고소하고, 경찰청에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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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민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구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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