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 '검정 고무신' 저작권 소송에서 법원이 원작자인 고(故) 이우영 작가 측의 손을 들어주며 출판사와의 계약 해지를 인정했다. 다만 기존 저작권 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해 이 작가 측이 출판사에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부장판사 박찬석)는 지난 9일 장진혁 형설출판사·형설앤 대표 외 2명이 이 작가 유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작가와 출판사가 맺은 기존 저작권 계약이 유효하다고 보고, 유족 측이 장 대표 측에게 손해배상금으로 7400여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다만 이 작가 측이 청구한 계약 해지 주장은 받아들여 출판사는 '검정 고무신' 캐릭터를 표시한 창작물과 포장지, 포장 용기, 선전광고물 등을 생산, 판매, 반포, 공중수신, 수출, 전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작가 측 대리인은 "검정 고무신이 유족 품에 돌아왔다는 부분이 확인돼 안심된다"면서도 "고인이 마음고생한 부분에 대해 충분히 위로받을 판결은 아닌 것 같다. 결과적으로 유족으로선 배상 책임이 생겼다. 계약 무효를 강력히 주장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쉽다"고 밝혔다.
'검정 고무신'은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한국 만화다. 이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이영일 작가가 글을 썼다.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초등학생 기영이와 중학생 기철이, 가족들이 함께 사는 모습을 재미있게 담아냈다.
이 작가는 2007년 캐릭터 업체인 형설앤과 저작권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후 갈등이 깊어지면서 2019년 출판사 측과 저작권 관련 법적 분쟁을 겪어왔다.
출판사 측은 이 작가가 '검정 고무신 관련 모든 창작 활동은 출판사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계약서 내용을 어겼다며 2019년 2억8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반면 이 작가 측은 출판사에 저작권 일부를 양도했음에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며 오히려 원작자인 자신이 캐릭터를 활용한 작품 활동에 제한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작권 침해 금지를 청구하는 맞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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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월 '검정 고무신'과 관련해 장 대표에게 불공정 행위를 중지하고 미배분된 수익을 이 작가 등에게 지급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한국저작권위원회도 '검정 고무신' 캐릭터 9종에 대한 공동저작자 등록을 직권으로 말소 처분했다. 이에 따라 이 작가만 유일한 저작가로 인정받는다.
이 작가는 길어지는 저작권 소송 문제로 고통을 호소하다 지난 3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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