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 내 괴롭힘(직내괴) 금지법 시행이 5년이 넘었는데도 직내괴를 호소하는 직장인들은 여전하다.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의 죽음도 직내괴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1일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 현황에 따르면 직내괴 신고 접수 건수는 △2020년 5823건 △2021년 7774건 △2022년 8961건 △2023년 1만28건으로, 3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날 시민단체 직장 갑질 119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직장인 10명 중 4명 이상이 '소리 지르는 상사'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어린이집 교사 20대 A씨는 신입 시절 따돌림과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 동료 교사들은 A씨를 제외한 대화방에서 뒷담화했고, 공개적으로 질책하며 모욕적 발언을 했다. 고열로 반차를 내고 출근했는데도 특정 교사가 퇴근을 막고 업무를 강요하기도 했다.
금융업 종사자 30대 B씨는 전·현 직장에서 모두 괴롭힘을 목격했다. 전 회사에서는 여성 과장이 남자 직원에게 술을 강요했다. 현 직장에서는 과장이 계장을 도우미 있는 노래방에 억지로 데려가려 했다.
직장인·전문가 모두 2019년부터 시행된 직내괴 금지법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반드시 조사하게 돼 있는 '사업자(사용자) 조사 의무'가 문제라는 취지다. 이 조항에 따라 회사가 직내괴를 조사하면서 피해자의 신분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직내괴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2항)은 '사용자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최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신고해도 회사가 피해자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신고해도 변하지 않는 회사 분위기에 상처받거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퇴사·체념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프리랜서는 근로기준법 산하 직내괴 금지법 대상자도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안전배려의무가 명시돼 있지만 일부 특수고용직과 배달 노동자에 한해 적용 대상이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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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는 직장 내 괴롭힘 법이 '일터'에서 적용받을 수 있게끔 돼 있다. 따라서 근로계약 체결한 사람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 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