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의 소미처럼 처절히 고립된 '현실의 김새론'

'아저씨'의 소미처럼 처절히 고립된 '현실의 김새론'

김고금평 에디터
2025.02.20 12:28

[김고금평의 열화일기] "아저씨까지 미워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 한 개도 없어"…영화 대사처럼 모든 비난 감수하고 떠난 김새론의 '마지막 길'

영화 '아저씨'의 원빈은 마지막 장면에서 소미(김새론)를 다시 만나며 처음으로 웃음을 보였지만, 새론의 장례식장에 나타난 원빈은 한없는 눈물을 쏟아야 했다.

영리한 연기력을 선보인 10살 새론을 향한 '아저씨' 같은 우리들의 감정은 넘치는 사랑이었고 뜨거운 관심이었으며, 안타깝고 애틋한 감정 그 이상의 '무엇'이었다. 하지만 음주 운전으로 큰 실수의 궤적을 그린 25살 어른 새론을 향한 우리들의 태도는 댓글러, 언론 할 것 없이 모두 냉기를 머금은 채 최고 스타의 추락을 실시간 좇고 되풀이하고 해석하며 은근히 즐겼을지도 모를 '관종의 쾌락'이었다.

작품의 '연기'를 조명하는 대신, 음주운전 이후의 모든 '새로운' 일과'를 나열하며 실시간 중계했고, 이 중계에 동참 의사가 없었던 이들도 분노의 흐름에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김새론의 추락은 서서히가 아닌, 급락 수준이었다.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뉴스 하나에도 '거짓말'이라고 쏘아붙였고, 카페 아르바이트도 '유명세를 업은 또 다른 취향'이라는 비난이 가해졌다. 넷플릭스 화제작 출연은 역시 비난 댓글로 그의 연기가 '삭제'돼야 했고, 지난해 4월 연극으로 조심스러운 복귀를 모색했을 때도 비난 여론으로 무산됐다. 급기야 '김아임'으로 개명하면서까지 복귀를 꿈꿨으나, '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결론을 내고(냈을 것으로 미뤄 짐작하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지경에 이르렀다.

연예인의 유일한 생명은 '관심'이다. 어느날, 문득 누군가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든 걸 잃는다는 상실감은 그 어떤 직책이나 역할보다 크다. 그는 큰 실수를 한 번 저질렀지만, 누구도 단 한 번의 용서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가혹하고 참담한 현실이었다.

그가 어떠한 유서도, 어떠한 낌새도 드러내지 않고 이런 선택을 내린 것은 어쩌면 그나마 남아있던 어제까지의 작은 영광에 대한 기억과 기쁨, 반가움과 흐뭇함을 놓치지 않으려는 나름의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른다.

김새론의 현실은 영화 '아저씨'(2010)의 소미와 다르지 않았다. 이 영화 광팬으로 20번 넘게 보면서 자꾸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인상적인 장면은 소미의 인생이었다.

①소미는 자신의 부끄럽고 벅찬 현실을 결코 함부로 토해내지 않는다. 하지만 꽤 가까워진 아저씨 차태식(원빈)이 길거리에서 자신을 외면하자, 다시 만난 자리에서 억지로 울음을 참으며 이렇게 얘기한다.

"아저씨도 제가 창피하죠? 그래서 모른 척했죠. 반 애들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런데요. 엄마도 길 잃어버리면 주소랑 전화번호 모른 척 하래요. 술 마시면 맨날 같이 죽자는 소리만 하고. 거지라고 놀리는 뚱땡이 새끼보다 아저씨가 더 나빠요. 그래도 안 미워요. 아저씨까지 미워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 한 개도 없어. 그 생각하면 여기가 막 아파요. 그니까, 안 미워할래."

소미의 마지막 대사를 들을 때마다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 더 이상 아프기 싫어서 마지막까지 나를 버리지만 그나마 괜찮은 사람을 미워할 수 없는 역설적이고 절망적인 선택이 짓누르는 감정의 무게감이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②또 다른 장면에서 소미는 아저씨에게 자신의 별명이 '쓰레기통'이라고 일러준다. 엄마가 임신했을 때, 쓰레기통을 뻥 차서 발가락이 부러져 얻은 별명이라고 했다. 현실의 김새론도 '쓰레기통'처럼 돼 갔다.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비난의 쓰레기들을 혼자 모두 받아낸 뒤 차오르면 미처 버리지 못하고 꾹꾹 눌러 담은 뒤 똑같은 쓰레기를 또다시 힘겹게 받아내야 했다. 비우지 못한 쓰레기통은 결국 쓰레기가 넘치고 나서야 소각될 수 있었다.

③문방구에서 물건을 훔치려는 소미 앞에 아저씨가 다시 나타났다. "(아까 길거리에서 모른 척해서) 화났냐?"라고 묻는 아저씨를 외면하고 소미는 물건을 훔쳐 달아난다. 아저씨가 계산하려 하자, 문방구 주인이 이렇게 얘기한다. "놔둬. 애들은 원래 훔치기도 하면서 크는 거야. 싸질러 놓기만 하면 자식이야? 맨날 혼자 놀잖아. 다른 아빠들처럼 자주 데리고 와."

쉽게 용서받기 어려운 '실수'라고 해도, 그의 인생이 실시간 매장될 정도인지 우리 사회가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겨우 25살이 저지른 사고이고 실수이고 객기이지만, 한 걸음 더 성장하기 위해 감수해야 했던 두 세배 강한 형벌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도 김새론 그 자신이었을 것이다.

마지막 결단에 나서기 전까지도 그는 소미처럼 가슴을 두드리며 "너무 아파서 미워하지 않을래"하고 외치지 않았을까. 그의 죽음 앞에 우리도 한 번쯤은 이렇게 속삭이거나 외쳐야 할지 모른다. "미워해서 미안해. 아프게 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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