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비로소 보이는 것들

[기고]비로소 보이는 것들

강동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2025.03.13 09:08
강동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사법연수원 31기)/사진제공=광장
강동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사법연수원 31기)/사진제공=광장

20여 년간의 법원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이맘때부터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변론에 임하면서 그 동안 법대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법정 안팎의 모습들, 재판 내외의 사정들에 관해 단편적인 소소한 생각 몇 개 꺼내본다.

#1. 형사법정은 검사석과 피고인석이 서로 마주보고 증인석이 그 가운데에 위치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서증조사를 하거나 증인신문을 할 때 검사나 변호인이 실물화상기 등을 통해 자료를 제시하면 그 내용이 법정 내 큰 모니터에 현출되는데, 보통 법정에 한 대가 비치되는 그 모니터가 대체로 피고인석 뒤쪽에 놓여 있다. 검사가 제시하는 자료를 변호인과 피고인은 고개를 뒤로 빼고 확인해야 하고, 앉은 자리에 따라 피고인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어떤 형사법정은 코로나 시기에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투명가림막이 유독 피고인석에만 남아있다. 안전을 위한 고려일까 싶기도 하지만, 변호인의 법정 내 의사소통에 가림막이 쳐져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법정의 작은 설비 하나도 어느 한쪽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특히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중요한 형사법정에서 법정 구조가 피고인에게 덜 친화적이라는 오해를 심어주지 않도록 법원이 세심히 배려해 주면 좋겠다.

#2. 재판장이 자신의 법정언행과 재판진행을 점검하도록 실제 재판 모습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법원에서는 매년 법정모니터링을 실시한다. 변호사로서 다양한 재판을 경험하게 되니 자연스레 매 법정이 모니터링 된다.

온화한 목소리로 당사자의 주장을 끝까지 경청해 주는 재판장도 있고, 본인 생각에 맞지 않으면 버럭 짜증을 내는 재판장도 간혹 있다. 비교사례가 매우 적지만, 개정을 하면서 목례를 하는 재판장보다 목례를 하지 않고 법대에 앉는 재판장의 재판진행이 대체로 거친 것 같다. 법원에서 인연이 있었던 법관들의 법정에 들어갈 기회도 생기는데, 평소 따뜻한 성품을 갖추신 분이 딱딱하고 강압적인 말투로 피고인을 대하는 것에 놀라기도 했다.

배석판사들의 얼굴이 법대 위 개별 컴퓨터 모니터에 가려 보이지 않는 법정도 있다. 충실한 재판을 돕기 위해 설치된 기기 때문에 판사들이 소송관계인들과 눈을 맞추지 못하고 모니터 뒤의 실루엣 같은 존재로 남는 건 아이러니다. 모니터의 위치만 살짝 조정해도 바로 해결될 일이다.

#3. 판사의 직에 있을 때는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른지 어떠한 해석이 법리적으로 맞는지, 수많은 사건을 처리하면서 바른 결론에 다다를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송무변호사가 되어 보니 재판을 할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당사자들의 절실함이 크게 다가온다. 형사사건의 피고인이건 민사, 행정, 가사 사건의 당사자이건, 기업체이건 개인이건, 약정한 보수가 크든 적든 절실하지 않은 의뢰인은 없다. 변호사로서 승소할 때 크게 환호하고 패소할 때 심히 좌절하게 되는 건 사건을 맡긴 의뢰인의 절실함과 절박함의 크기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에게 주어진 모든 사건은 '큰 사건'이다. 진인사(盡人事)를 하였는지 되돌아보며 변론종결 후 마지막 참고서면을 제출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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