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정 정국'이 본격화하고 있다. 내란·김건희·채해병 등 '3대 특검' 출범이 임박한 가운데 경찰도 12·3 비상계엄 후 묵혀져 있던 정치 사건들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사건을 배당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조만간 고발인 조사 등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시민단체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는 지난 7일 정 전 실장과 윤재순 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등 전 정권 관계자들을 경찰에 직권남용, 공무집행방해, 공용물건손상 등 혐의로 고발했다. 정 전 실장 등이 PC 및 프린터 등 대통령 업무 전자 결제 필수 장비와 사무집기, 자료를 인수인계 없이 불법 파쇄하도록 지시한 후 은닉·폐기해 정상적인 국정 업무를 방해했다는 취지다.

앞서 시·도청 반부패수사대가 수사에 돌입했던 정치 사건들의 귀추도 주목된다. 경기남부청 반부패·경제 범죄수사대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과 관련한 특혜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달 국토교통부와 양평군청 등 관계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 사건은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과 시민단체 등이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노선을 윤석열 전 대통령 처가에 특혜를 줄 목적으로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이 있는 곳으로 변경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사건은 시민단체의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고발 후 경찰로 이관되기까지 1년이 소요됐고, 지난해 7월에서야 경기남부청에 사건이 배당됐다.
또 서울청 반부패수사대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대통령 몫인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해서 직권을 남용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신청받아 지난 4월30일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이틀 만에 한 전 총리가 지명했던 헌법재판관 지명을 철회하기도 했다.
새 정부 출범 1주일 만에 특검법을 속전속결로 처리되고 있다.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은 지난 10일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됐다. 이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헌정 수호와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특검법 의결 및 공포 과정에 담겨 있다"며 "특검을 통해 진상과 진실이 투명하게 밝혀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특검 구성을 위한 추천도 이뤄졌다. 조국혁신당은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내란 특검), 심재철 전 법무부 검찰국장(김건희 특검),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채 해병 특검)을 특검 후보자로 추천했다. 민주당은 조은석 전 감사원 감사위원(내란 특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김건희 특검), 이윤제 명지대 교수(채 해병 특검)를 후보자로 추천했다. 이 대통령은 이들 후보 중 각각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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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특검으로 사정 정국이 전개되면서 경찰 역시 정치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과거 이명박 정부 때 2개 특검이 동시에 진행된 이래로 역사상 처음으로 특검 3개가 이뤄진다"며 "동시다발적 특검이 의도됐다고 볼 수는 없고 그동안 거부권으로 막아뒀던, 묵혀져 있던 수사가 한꺼번에 이뤄지는 것이라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수사가 정치적으로 정쟁의 수단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무한정 수사를 넓히고 사정 정국을 이용해 주도권을 잡는 모양새를 비추기보단 오히려 빨리 수사할 부분은 속도감 있게 진행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