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해체로 지역 상권 직격탄…"30년 장사도 접어야죠" 사장 한숨

군 해체로 지역 상권 직격탄…"30년 장사도 접어야죠" 사장 한숨

연천(경기)=김미루 기자
2025.08.25 16:24
 지난 20일 경기 연천군 전곡읍 한 군인용품점. 사장 유인철씨(58)가 지난해 제28보병사단 전역모를 가리키고 있다. 유씨가 여러 색실로 부대명과 분대원 이름을 하나하나 새겼다. 28사단은 오는 12월1일 공식 해체된다. /사진=김미루 기자.
지난 20일 경기 연천군 전곡읍 한 군인용품점. 사장 유인철씨(58)가 지난해 제28보병사단 전역모를 가리키고 있다. 유씨가 여러 색실로 부대명과 분대원 이름을 하나하나 새겼다. 28사단은 오는 12월1일 공식 해체된다. /사진=김미루 기자.

군 병력 감축에 연천군 지역 상권도 위기에 빠졌다. 30년 넘게 자리를 지킨 터줏대감 가게도 폐업 위기다. 지역 경제를 유지하던 군 가족이 빠지자 출산율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경기 연천군 전곡읍의 한 군인용품점에서 만난 사장 유인철씨(58)는 34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게 유리 진열장에 인근 5사단, 28사단 부대 마크부터 견장, 군번줄이 수두룩했다. 3년 전 해체된 6군단 패치도 한 군데 모여 있었다. 미처 팔리지 못한 이른바 '사제' 티셔츠와 전투모에 먼지가 내려앉았다.

유씨는 휘황찬란한 전역모를 들어 보였다. 금빛 장식이 반짝거렸다. 지난해 인근 28사단 예비역 병장이 부대를 나서며 만든 기념품이다. 유씨는 여러 색실로 새긴 부대명과 분대원 이름을 만지작거리며 "이때 일병, 이병이었던 친구들은 28사단 전역모는 못 받고 가겠다"며 "가게 팔아야죠. 이 동네에서 군인용품점 하는 다른 형님도 '넌 안 접고 뭐 하냐' 그런다"고 했다.

 지난 20일 경기 연천군 전곡읍 한 군인용품점. 2022년 11월에 해체된 육군 제6군단 패치(왼쪽). /사진=김미루 기자.
지난 20일 경기 연천군 전곡읍 한 군인용품점. 2022년 11월에 해체된 육군 제6군단 패치(왼쪽). /사진=김미루 기자.

군 당국에 따르면 '무적태풍부대'로 불리던 육군 제28보병사단이 병력 감축의 흐름을 피하지 못한 채 오는 12월1일 공식 해체된다. 앞서 상급 부대인 6군단이 2022년 11월 문을 닫았다. 이미 지난해 9월 28사단 신병교육대와 사단 예하 80여단도 해체됐다. 28사단 인원과 장비는 인근 5사단 또는 25사단으로 흡수된다.

군 장병 소비가 집중됐던 연천군 전곡읍 상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전곡읍 중심가에 빈 상가 건물이 눈에 띄었다. 건물 2층 상가에 붙은 임대 문의 글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대형마트가 있던 상가 1층 자리도 8개월째 비어있다. 군인들 사이 맛의 거리로 꼽힌다는 전통시장 내부에도 젊은 사람을 보기 어려웠다.

"어떻게 버텼는데, 악재에 악재"… 군 장병 빠지자 주말 매출 반토막
 지난 20일 경기 연천군 전곡읍 중심 거리. 1층 마트 자리에 지난해 겨울 임대 문의가 붙은 뒤 현재까지 새 세입자를 찾지 못했다. /사진=김미루 기자.
지난 20일 경기 연천군 전곡읍 중심 거리. 1층 마트 자리에 지난해 겨울 임대 문의가 붙은 뒤 현재까지 새 세입자를 찾지 못했다. /사진=김미루 기자.

군인들이 모여들던 읍내 PC방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평일 낮 컴퓨터 103대 중 이용 중인 자리는 30대 정도였다. 군복을 입은 사람은 1명이었다. 8년째 전곡읍에서 PC방을 운영 중인 성하복씨(44)는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고 혼자 접객과 음식 만들기, 자리 치우기를 도맡았다. 인건비라도 아껴보기 위해 성씨는 주말 7명까지 고용하던 아르바이트생을 3명으로 줄였다.

한때 5곳까지 늘어났던 전곡읍 PC방은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을 거치며 2곳 남았다고 한다. 겨우 살아남은 성씨의 PC방 월매출은 지난해 1000만원 가까이 급감했다. 인근 부대가 사라지면서 주말 매출은 반토막으로 줄었다. 성씨는 "코로나도 빚 내가며 어떻게 버텼는데 명절에도 사람이 없다"며 "PC방은 장비에 계속 재투자해야 하는데 여력도 없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고 했다.

 지난 20일 경기 연천군 전곡읍 한 PC방. 전곡 읍내에 남은 PC방 2곳 중 1곳으로, 부대 해체 여파가 겹치며 주말 매출이 반토막으로 줄었다. /사진=김미루 기자.
지난 20일 경기 연천군 전곡읍 한 PC방. 전곡 읍내에 남은 PC방 2곳 중 1곳으로, 부대 해체 여파가 겹치며 주말 매출이 반토막으로 줄었다. /사진=김미루 기자.
'백일떡' 사라진 시장, 출산율도 곤두박질
 지난 20일 경기 연천군 전곡읍 전곡전통시장. 시장 곳곳 음식점이 문을 닫은 모습이다. /사진=김미루 기자.
지난 20일 경기 연천군 전곡읍 전곡전통시장. 시장 곳곳 음식점이 문을 닫은 모습이다. /사진=김미루 기자.

전통시장에서 10년째 떡집을 운영하는 홍한기씨(51)는 젊은 군인 부부들이 연천군을 빠져나간 것을 피부로 느낀다. 백일떡, 돌떡 주문이 지난해 들어 40%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홍씨는 "군인 손님들은 원래 아기를 비교적 많이 낳고 부대에 떡도 많이 돌린다"며 "2023년만 해도 한 달에 10번 정도 주문 들어오던 백일떡, 돌떡이 지금은 6~7번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경기 지역 상위권이었던 연천군 합계출산율은 최근 꺾였다. 2022년까지 경기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연천군 합계출산율은 0.99명으로 4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2년 6군단 해체 시점과 맞물린다. 5년 새 △2019년 1.41명 △2020년 1.28 △2021년 1.18 △2022년 1.04명 △2023년 0.90명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연천군은 2021년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이다. 그나마 군인 가족들이 지역 경제를 유지했지만 부대 해체가 현실화되면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연천군은 28사단 해체로 군인과 가족들을 포함해 1000명의 인구 순 유출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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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루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미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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