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재판소원제 도입 의지를 밝히면서 법조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법원 내부에선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예상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재판 지연 사태를 막을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출근길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공론화 과정에서 사법부 의견을 충분히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사법개혁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법원 재판도 공권력의 일종"이라며 "국민 기본권이 침해됐다면 판결 역시 헌법소원 대상의 예외가 될 수 없다. 당론 추진 절차를 밟아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가 공동 발의한 헌법재판소 개정안에 따르면 법원 재판이 헌재의 결정에 반하거나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아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 위헌·위법한 재판에 따른 기본권 침해가 명백한 경우 헌법소원이 허용된다. 헌법소원이 인용되면 법원은 해당 사건을 다시 심리해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 사실상 '4심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원 내부에서는 재판소원제 자체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진성철 대구고법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4심제 도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달라"는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헌법상 사법권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에 귀속된다는 규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전날 국감에서도 오민석 서울중앙지법원장과 김대웅 서울고법원장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 시스템이 재판소원제를 도입할 수 있는 상황인지도 논란이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국민의 인권 강화 차원에서 재판소원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하기 위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재판소원제가 시행되고 있는 독일에서는 95% 이상의 사건들이 재판소원 대상이라고 한다"며 "그래서 독일은 헌재에 두 개의 부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재판소원제를 도입하려면 현재 1개뿐인 헌재의 재판부를 여러 개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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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재경지법 판사는 "사법 제도가 정의 구현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분쟁을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며 "어느 순간에는 최종 결정을 누군가는 해줘야 하는데 재판소원제를 도입하면 사건이 계속 늘어질 것이라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에 인원이 9명밖에 안 되기 때문에 신청하는 사건 대부분을 다 각하하고 아주 중요한 사건만 받아주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재판소원제를 그대로 도입한다면 한없이 재판이 늘어질 수밖에 없다.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