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참사' 1년, 44명 입건됐는데 '송치 0건'...수사 늦어지는 이유는

'무안 참사' 1년, 44명 입건됐는데 '송치 0건'...수사 늦어지는 이유는

민수정, 이정우 기자
2025.12.29 08:49

[기획]12·29 여객기 참사 1주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엿새째인 지난 1월3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제주항공 7C2216편 사고 기체의 꼬리 부분이 크레인에 의해 인양되고 있다. /사진=뉴스1.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엿새째인 지난 1월3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제주항공 7C2216편 사고 기체의 꼬리 부분이 크레인에 의해 인양되고 있다. /사진=뉴스1.

경찰이 12·29 여객기 참사 책임 소재 규명을 위한 수사본부를 꾸린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혐의가 입증됐다고 판단한 피의자는 단 한 명도 없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의 사고 원인 규명이 지연되면서 경찰 수사 역시 지체되고 있다. 경찰 수사가 지연되자 유족 불만만 커지고 있다.

경찰 44명 입건해 수사 중, 송치 '0건'

29일 경찰에 따르면 전남경찰청 수사본부(본부장 이정철 경무관)는 사고 관련자 44명(중복 제외)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자체 인지로 입건된 관계자는 28명, 유족 고발로 입건된 사람은 22명이다. 관제 업무부터 공사 및 허가 관계자까지 수사선상에 오른 사람은 다양하다.

참사 1년이 지났지만 입건자 44명 중 검찰 송치가 이뤄진 사례는 전무하다. 경찰은 참사 당일부터 수사본부를 꾸리고 대대적인 강제수사를 단행했으나 현재까지 수사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 22일까지 무안공항, 제주항공, 국토교통부 등 총 4회 걸친 압수수색을 집행해 사고 당일 CC(폐쇄회로)TV 등 압수물 3084개를 확보했다.

/그랙픽=임종철 디자인 기자.
/그랙픽=임종철 디자인 기자.

항철위 사무실 역시 지난 16일 자료 확보 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현장에서 사고 당시 블랙박스 등 여객기 참사 관련 정보를 얻었다. 이날 확보한 압수물로 추가 참고인 및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은 각 분야 전문가 면담과 법률 검토 등을 통해 작성한 수사 기록만 1만5000여쪽 분량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의자 송치 등 관련 절차를 밟기 어려운 단계라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항철위에서 블랙박스 및 동체 등을 갖고 있는데 이 부분들에 대한 감정 결과가 나와야 송치가 될 것"이라며 "(항철위 조사 내용은) 재판까지 생각하면 당연히 확보돼야 할 자료"라고 말했다.

수사가 지연되면서 유족들의 항의도 거세다.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4월15일 항의 차원으로 전남청에 방문했다. 5월13일에는 박상우 전 국토부 장관과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등 관계자 22명을 고소했다. 고재승 유가족협의회 이사는 "항철위 압수수색도 이제 와서 왜 하는지 모르겠다. 수사는 별도로 해야 하는 건데 왜 조사기관 내용을 가져다 쓴다는 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항철위 판단 배제 어려운 경찰
전남경찰청이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진상 규명 조사를 하던 세종시 어진동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대한 압수수색 집행에 나선 지난 16일 관계자가 출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남경찰청이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진상 규명 조사를 하던 세종시 어진동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대한 압수수색 집행에 나선 지난 16일 관계자가 출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도 경찰이 항공 참사 관련 전문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항철위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고 봤다. 항철위가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기에 경찰 수사가 진척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심재동 세한대 항공정비학과 교수는 "항공기 사고는 기술적인 부분이 많이 연관돼 있다"며 "항철위는 모든 기술적 자료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조사 과정에 대한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 그 때문에 경찰에서도 결과를 못 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전문 변호사 A씨는 "항철위 조사 결과가 구속력은 없어서 경찰이 이에 좌우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결과를 무시하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도 신중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 직후 참사가 발생하면서 경찰 수뇌부 공백 등 불안정한 정국이 수사 지연을 불러왔을 것이란 해석도 내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전문지식이 필요한 사건이 내란 정국과 겹치면서 경찰 수사가 늦어진 경향이 있었을 것"이라며 "경찰청장 등 지휘부가 부재했다는 점도 경찰 수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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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정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민수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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