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2·29 여객기 참사 1주기

경찰이 12·29 여객기 참사 책임 소재 규명을 위한 수사본부를 꾸린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혐의가 입증됐다고 판단한 피의자는 단 한 명도 없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의 사고 원인 규명이 지연되면서 경찰 수사 역시 지체되고 있다. 경찰 수사가 지연되자 유족 불만만 커지고 있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전남경찰청 수사본부(본부장 이정철 경무관)는 사고 관련자 44명(중복 제외)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자체 인지로 입건된 관계자는 28명, 유족 고발로 입건된 사람은 22명이다. 관제 업무부터 공사 및 허가 관계자까지 수사선상에 오른 사람은 다양하다.
참사 1년이 지났지만 입건자 44명 중 검찰 송치가 이뤄진 사례는 전무하다. 경찰은 참사 당일부터 수사본부를 꾸리고 대대적인 강제수사를 단행했으나 현재까지 수사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 22일까지 무안공항, 제주항공, 국토교통부 등 총 4회 걸친 압수수색을 집행해 사고 당일 CC(폐쇄회로)TV 등 압수물 3084개를 확보했다.

항철위 사무실 역시 지난 16일 자료 확보 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현장에서 사고 당시 블랙박스 등 여객기 참사 관련 정보를 얻었다. 이날 확보한 압수물로 추가 참고인 및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은 각 분야 전문가 면담과 법률 검토 등을 통해 작성한 수사 기록만 1만5000여쪽 분량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의자 송치 등 관련 절차를 밟기 어려운 단계라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항철위에서 블랙박스 및 동체 등을 갖고 있는데 이 부분들에 대한 감정 결과가 나와야 송치가 될 것"이라며 "(항철위 조사 내용은) 재판까지 생각하면 당연히 확보돼야 할 자료"라고 말했다.
수사가 지연되면서 유족들의 항의도 거세다.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4월15일 항의 차원으로 전남청에 방문했다. 5월13일에는 박상우 전 국토부 장관과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등 관계자 22명을 고소했다. 고재승 유가족협의회 이사는 "항철위 압수수색도 이제 와서 왜 하는지 모르겠다. 수사는 별도로 해야 하는 건데 왜 조사기관 내용을 가져다 쓴다는 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경찰이 항공 참사 관련 전문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항철위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고 봤다. 항철위가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기에 경찰 수사가 진척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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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동 세한대 항공정비학과 교수는 "항공기 사고는 기술적인 부분이 많이 연관돼 있다"며 "항철위는 모든 기술적 자료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조사 과정에 대한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 그 때문에 경찰에서도 결과를 못 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전문 변호사 A씨는 "항철위 조사 결과가 구속력은 없어서 경찰이 이에 좌우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결과를 무시하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도 신중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 직후 참사가 발생하면서 경찰 수뇌부 공백 등 불안정한 정국이 수사 지연을 불러왔을 것이란 해석도 내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전문지식이 필요한 사건이 내란 정국과 겹치면서 경찰 수사가 늦어진 경향이 있었을 것"이라며 "경찰청장 등 지휘부가 부재했다는 점도 경찰 수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