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못받은 보증금…대법 "중개사, 공동저당 선순위 권리도 설명해야"

경매로 못받은 보증금…대법 "중개사, 공동저당 선순위 권리도 설명해야"

이혜수 기자
2026.01.04 09:00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다세대주택 건물 임대차계약 시 공인중개사가 임차의뢰인(세입자)에게 집주인이 가진 '공동저당'에 대한 선순위 권리까지 확인 및 설명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세대주택의 공동저당과 관련해 공인중개사의 의무를 명시적으로 판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며 임대차 보증금을 받지 못한 임차인 김모씨 등의 손해는 공동저당에 대한 선순위 권리를 알려주지 않은 공인중개사의 잘못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4일 밝혔다.

집주인 양모씨는 다세대주택 및 오피스텔로 구성된 건물을 지은 뒤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고 우리은행은 채권최고액 18억원짜리 근저당권 설정등기를 했다. 빚을 갚기 위해 여러 호수를 한 데 묶어 '공동저당'을 설정한 것이다.

원고 김모씨와 A법인은 6000만원의 임차보증금을 내고 양모씨와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개업공인중개사인 B씨가 임대차 계약을 중개했다.

B씨는 각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중개대상물이 공동주택이 아닌 단독주택으로 표시했다. 건물 종류를 오기재할 경우 경매 시 배당 순위나 법적 보호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B씨는 중개대상물에 채권최고액 18억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는 내용을 기재했으나 실제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 사항은 공란으로 뒀다.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 사항을 비워둘 경우 건물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판단할 근거가 없어진다.

이후 해당 건물이 임의 경매되자 김씨는 암차보증금 5500만원 중 250만원만 배당받았고 A법인은 배당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선순위 임차인들이 먼저 배당을 받아 가면서다. 이에 김씨와 A법인은 공인중개사 B씨의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한 공제사업을 하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공제금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김씨와 A법인은 B씨가 중개대상물에 대한 확인·설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임대차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B씨는 공인중개사의 의무를 모두 이행했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B씨가 중개대상물에 근저당권이 설정된 것을 확인·설명했고 다세대주택은 다가구주택과 달리 임대차 계약을 중개할 때 세입자에게 다른 세대의 임대차 현황에 관한 상황을 확인해 고지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공인중개사는 중개대상물 및 그 건물 중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세입자가 임대차보증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에 관한 정보나 자료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인중개사는 세입자에게 중개대상물의 부동산등기부에 표기된 공동저당권의 권리관계에 그치지 않고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임대의뢰인 소유의 다른 세대의 부동산 등기부에 표시된 선순위 권리도 확인·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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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수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이혜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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