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늘어나는 정신질환 수용자 (下)

"'너네 가족 모두 불 질러 죽여버릴 테니 두고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송상윤 서울구치소 보안과 교위는 무서운 말을 덤덤히 했다. '식기를 세척하라'고 지시했다가 돌아온 답이라고 한다. 송 교위는 정신질환자 수용자를 관리하고 있다.
송 교위는 "당시 화난 수용자가 식기를 던졌고 심한 욕설을 하며 소란 상태가 지속됐다"며 "(수용자가) 욕설하며 입에 있던 음식물을 뱉고, 주먹질을 여러 차례 하며 목덜미를 잡았다"고 말했다. 송 교위는 당시 목덜미가 긁혀 상처가 났다.
직접적으로 당하는 폭력, 폭언만이 아니다. 치매 환자들이 벽에 묻힌 대변을 치우는 일도 자신의 업무다. 때로 망상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가족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면, 답변서를 제출해야 하는 것도 일이다.
송 교위는 "수용자들이 먹던 약을 달라고 요구하지만, 수용소에 들일 수 있는 약은 제한되고, 약을 먹어야 할 사람은 많은데 원격 진료만 진행되니 감당이 안 된다"며 "화살은 결국 모두 직원들에게 돌아간다"고 토로했다.
서울구치소 보안과 심리치료팀에 속한 진성주 교위도 "침을 맞았을 때의 모욕감과 수치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상담하는 과정에서 머리채를 잡히는 직원도 꽤 많다"고 설명했다.
치료를 도왔던 수용자가 상태가 악화해 재범을 저지를 때 겪는 부담도 크다. 진 교위는 "잘 치료해서 퇴원했는데 한 달 만에 재입소하는 경우를 보면 마음이 안 좋다"며 "정상적으로 사회로 복귀시키는 게 우리 업무인데 인력도 부족하고 해서 가끔은 더 상황이 안 좋아져서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 현직 구치소 담당 의사 "치료가 곧 교정…인력 부족에 한계"

동부구치소에서 직접 정신질환 수용자를 진료하는 이한성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매달 150명의 환자를 돌본다. 동부구치소에서 중증 질환자 위주로 진료하며 원격 진료도 병행하고 있다. 급박한 상황이 생기면 안정실, 격리실로 뛰어 올라가기도 한다.
이 교수의 주된 업무는 투약 관리다. 이 교수는 "투약을 오랫동안 하지 않아 망상이 생기거나 감정 기복이 심해질 때 문제 행동이 발생하기 때문에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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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이 호전된 후 스스로의 범행을 반성하는 경우도 숱하게 봤다. 약을 먹고 상태가 진정된 후 뒤늦게 자신의 범행을 깨닫기도 한다. 방화를 저질렀던 한 환자는 지속해서 약을 투약한 후 이 교수에게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며 후회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모든 정신질환자가 범죄자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며 "치료를 통해 범죄에 연루되는 사람과 다른 안타까운 희생자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정신질환자 수용자 치료를 위해선 인력 지원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봤다. 이 교수는 "정신과 의사 한명만 있다고 다 관리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간호사, 임상심리사 등 팀을 이뤄서 환자를 대응하는 게 정석이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정신질환 수용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관리하는 인력과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해외처럼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교정본부에서 일하는 의료인은 공무원인 탓에 봉급이 상대적으로 적다. 치료감호소에서 일하는 의료인이나 구치소에서 일하는 의료인은 평균 1억6000만원대의 연봉을 받는다. 지방권 봉직의(페이닥터) 연봉이 3억원대인 것과 비교해서 반토막도 안된다.
국립법무병원 주치의로 근무했던 차승민 아몬드 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은 "환자군도 거칠고 급여와 명예도 적은 편이다. 환자들로부터의 고소·고발도 잦으니 지원이 적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꼭 급여가 아니더라도 연구환경을 개선해주는 등 유인책을 통해 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21년 법무부 교정개혁위원회가 정신보건간호사 등 의료보조인력 확보 방안을 마련하라는 권고안을 내기도 했지만 여전히 요원하다. 비용을 낮추기 위해 2020년 교정상담학연구에 실린 '공중보건적 접근에 의한 교정시설 내 정신질환 수용자 효율적 관리 방안'은 각 지방교정청별로 원격의료센터를 설치하고 이를 중심으로 한 정신건강 전담조직 체계를 구성하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도 있다. 영국은 정신질환 범죄자가 체포된 뒤 수용되기 전까지의 '2차 예방 과정'에 주력하고 있다. '1차 예방 과정'은 정신질환자가 범죄자가 되기 전에 막는 것이다.
영국은 연계 및 전환 서비스(L&D, Liaison & Diversion)를 통해 형사사법시스템 체계 전반에서 정신질환자를 관리한다. 각지의 경찰서와 법원엔 항상 정신질환 범죄자를 대비하기 위해 상주하는 담당 전문 직원이 있다. 전문 교육을 받은 직원이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람은 치료 및 관리 기관에 맡겨진다.
국내에서도 피의자가 감정요청을 하고 수사기관이 이를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정신감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판단 주체는 수사기관으로, 사법경찰관이 의무적으로 감정을 요청해야 하는 건 아니다. 결국 법원이 정신감정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감정 이후 판사가 치료감호를 명하면 법무병원으로 이송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발행된 '형사사법에서 정신감정의 신뢰성 제고 및 효과적 활용방안 연구'는 기소 전 정신감정의 활성화 및 형사절차 이해도가 높은 정신감정인을 길러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정신건강 전문의 중 형사사법시스템을 잘 아는 인력을 통해 보건과 형사시스템 협업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동시에 감정의 정확성을 위해 감정 기관을 지금보다 다각화하고 기준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한성 서울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는 "이미 제도적으로 정신질환자 관리 시스템이 갖춰진 해외에 비해 한국은 속도가 느린 편"이라며 "당장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비용이 커보일 수 있지만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이미 지출하는 사회적 비용에 비해선 훨씬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