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대신" 정의선의 '6륜 무인소방로봇', 연기 뚫고 화염 속으로

"사람 대신" 정의선의 '6륜 무인소방로봇', 연기 뚫고 화염 속으로

경기도 남양주=김승한 기자
2026.02.25 08:59

소방청·현대차그룹 '무인소방로봇 기증식'
고열·농연 현장에서 방수·정찰 동시 수행
3년간 50대 도입 추진…장기적 100대 확대

24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중앙119구조본부 수도권119특수구조대 훈련장에서 무인소방로봇이 물줄기를 뿜어내며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제공=소방청
24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중앙119구조본부 수도권119특수구조대 훈련장에서 무인소방로봇이 물줄기를 뿜어내며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제공=소방청

24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중앙119구조본부 수도권119특수구조대 훈련장. 화재 현장으로 낮고 묵직한 차체의 6륜 무인소방로봇이 천천히 전진했다. 조종기가 작동하자 로봇 전면에서 강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고, 짙은 연기를 가정한 훈련용 연막 속에서도 카메라 화면에는 구조물 형상이 또렷이 잡혔다. 현장에 모인 대원들은 로봇의 기동과 방수 시연을 지켜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날 '무인소방로봇 기증식'을 열고 고위험 화재 현장에 투입될 로봇 4대를 소방청에 공식 전달했다. 행사에는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양측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제공=소방청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제공=소방청

정 회장은 인사말에서 "올해에만 7000여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이달에도 산불이 잇따랐다"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투의 현장으로 뛰어드는 소방관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화재가 발생했을 때 고군분투하는 소방관들을 위해 제조 기업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했다"며 "이 로봇이 위험한 현장에 먼저 투입돼 대원들의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팀원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4대를 시작으로 향후 3년간 50여대, 장기적으로는 100대까지 확대 보급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느끼는 개선점과 의견을 적극 반영해 세계적인 소방 로봇으로 고도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무인소방로봇은 밀폐된 지하 공간이나 대형 물류창고 화재처럼 고열·농연으로 인명 접근이 어려운 현장 대응을 위해 개발됐다. 2024년 11월 양 기관이 실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협업을 거쳐 완성됐다. 현대로템의 다목적 무인차량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고열에 견디는 특수 타이어와 6륜 독립구동 인휠모터 시스템을 갖췄다. 적외선 센서 기반 시야개선 카메라와 자체 분무 시스템을 탑재해 짙은 연기 속에서도 발화 지점과 구조 대상을 식별할 수 있고, 이동 중 방수도 가능해 산불이나 대형 산업시설 화재에도 활용성이 높다는 평가다.

무인소방로봇. /사진제공=소방청
무인소방로봇. /사진제공=소방청

김석환 현대로템 AX(인공지능전환)추진센터장은 무인소방로봇의 네 가지 핵심 기술을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원격운영 기술을 통해 소방관이 안전거리에서 로봇을 조종할 수 있고, 방수포 기술은 직사·분사 등 다양한 방수 모드를 지원해 화점을 직접 타격하거나 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외선 열영상 카메라와 AI(인공지능) 기반 시야개선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고열·농연 환경에서도 상황 판단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자체 냉각 장치와 방열 커버를 적용해 고온 환경에서의 지속 운용성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로봇은 이미 경북소방학교 모의 화재 시험을 거쳐 현장 적합성을 검증받았다. 지난달 30일에는 충북 음성군 공장 화재 현장에 첫 투입돼 정보 수집과 방수 임무를 수행하며 실전 대응 능력을 입증했다. 이번에 기증된 4대 중 2대는 수도권119특수구조대와 영남119특수구조대에 배치돼 즉시 운용 중이며 나머지 2대는 다음 달 경기 화성소방서와 충남소방본부에 추가 배치될 예정이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고열과 농연으로 접근이 어려운 고위험 시설에 로봇을 먼저 투입하면 대원의 희생을 줄일 수 있다"며 "무인소방로봇은 이러한 재난에 대응하는 '특별 소방대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세계 일류 모빌리티 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 등 민간과의 혁신적 연대를 통해 첨단 과학기술을 현장에 적극 도입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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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한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김승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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