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짓지도 않은 집에 증축허가?…'상속·증여세의 경정청구'

[기고]짓지도 않은 집에 증축허가?…'상속·증여세의 경정청구'

임승순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2026.02.27 05:54

[the L]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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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삽화./사진=임종철 머니투데이 디자인기자
세금 삽화./사진=임종철 머니투데이 디자인기자

사법상의 채권과 달리 조세채권은 채권이 성립하는 것과 별도로 '확정'의 단계가 필요하다. 사법상의 채권은 강제집행을 하기 위해서 법원의 판결이 필요하지만 조세채권은 법원의 판결 없이도 곧바로 집행에 착수할 수 있다. 조세채무, 곧 납세의무의 확정은 이와 같은 집행이 가능하도록 과세표준과 세액의 수치를 공적으로 확정하는 것이다.

납세의무의 확정방식은 크게 납세자의 신고에 의하는 신고납세방식과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에 의하는 부과과세방식이 있다. 세목별로 보면 소득세와 법인세 그리고 부가가치세 등은 신고납세방식이고 상속세와 증여세 그리고 취득세 등은 부과과세방식이다.

다른 한편 세액의 확정을 위한 납세의무자의 신고나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이 언제나 정확한 것은 아니므로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과세관청은 납세자의 신고나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에 오류나 탈루가 있는 경우 부과제척기간이 도과되지 않는 한 언제든 횟수에 제한 없이 경정처분을 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과세관청의 경정권한에 대응해 납세의무자가 자신이 한 신고행위의 잘못을 스스로 수정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경정청구제도이다.

국세기본법은 "과세표준신고서를 법정신고기한까지 제출한 자 등은 그 신고한 국세의 과세표준 및 세액의 결정 또는 경정을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후 5년 이내에 관할 세무서장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결정'은 부과과세방식의 조세에서 과세관청의 부과결정이 없는 경우에 관한 규정이고 '경정'은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서 신고세액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점에 관해 학설의 별다른 이론이 없다. 전자가 과세관청의 결정을 구하는 것인데 반해 후자는 신고세액을 일정한 세액만큼 감액해 달라는 것이어서 양자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강학상 전자는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성격을, 후자는 의무이행소송의 성격을 각각 갖는다.

문제는 법상 부과과세방식인 상속세나 증여세에 관하여 현재 실무상 결정청구가 아닌 경정청구가 많이 행해지고 있고 법원도 이에 관해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채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부과과세방식의 조세에서 신고세액에 대해 감액경정청구를 허용하는 것은 세액의 확정권한을 가지지 않은 납세자에게 확정된 바 없는 세액의 감액경정청구를 허용하는 것이어서 조세법의 법리에 명백히 반한다. 이는 마치 집을 짓지도 않았는데 증축허가를 내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법원이 상속세나 증여세의 경정청구를 계속 허용하는 이유를 알기는 어렵다. 법리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인지, 아니면 법리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 그처럼 운용해도 실무상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인지 애매하기만 하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판결은 올바른 법리를 기초로 삼아야 한다. 상속세나 증여세에 관해 경정청구를 허용하는 것이 납세자에게 유익하고 편리하다면 그에 맞추어 규정을 정비해야지 법원이 법리에 어긋난 상태를 조장하거나 계속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차제에 부동산과 금융자산에 대한 실명제 실시 및 전산망 확보 등 달라진 납세환경의 변화를 반영해 아예 우리도 미국이나 일본 등과 같이 상속세와 증여세를 신고납세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법무법인 화우의 임승순 고문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화우
법무법인 화우의 임승순 고문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화우

임승순 고문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을 9기로 수료해 각급 법원 판사와 부장판사로 근무하다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로 퇴직했다. 국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국무총리 행정심판 위원, 국세청 과세전적부심사위원, 서울지방국세청 조세법률고문, 기획재정부 국세예규심사위원회 민간위원을 거쳐 현재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 등 조세 관련 분야에서 주로 활동한다. 2013년 세계 법조인명록 Corporate Tax 분야 한국대표변호사로 선정됐다. 대표적인 저서인 '조세법'은 세법 분야의 대표적인 필독서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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