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퀴벌레를 잡으려다 집에 불을 질러 이웃 주민을 숨지게 한 3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항소1-3부(부장판사 김종근·정창근·이현숙)는 중과실치사상, 중실화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0)에 대한 항소심에서 A씨와 검사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이 선고한 금고 4년을 유지했다. 금고형은 징역형처럼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강제 노동을 하지 않는다.
A씨는 지난해 10월 20일 오전 5시30분쯤 경기 오산시 한 5층짜리 상가주택 2층 집에서 라이터와 스프레이 파스를 이용해 바퀴벌레를 잡으려다가 불을 내 사상자 9명을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쓰레기 더미 사이로 바퀴벌레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라이터를 켠 채 스프레이 파스를 뿌려 '화염방사기'처럼 불을 뿜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집 안에는 배달용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봉지 등 불이 붙기 쉬운 물건들이 쌓여있는 상태였다.
A씨는 진화를 시도하다가 실패하자 인근 주민들에게 화재 발생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건물 밖으로 대피해 119에 신고했다.
이 불로 건물 5층에 살던 중국 국적 30대 여성 B씨가 창문으로 대피하다 추락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B씨는 남편과 함께 생후 2개월 된 아이를 먼저 구출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유튜브에서 본 방법으로 바퀴벌레를 잡으려 했다. 전에도 같은 방식으로 벌레를 잡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가연성 물질을 이용해 원룸 안에서 불을 붙였고, 이후 현관문을 열어 둔 채 달아나 유독성 연기 확산을 가속화했다"며 "피해자가 다수이고 상해 정도가 중하지만 피고인은 피해 회복을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A씨와 검사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은 화재 발생과 확산에 대한 피고인의 과실 정도, 피해 중대성 등을 종합해 합리적 범위 내에서 형을 정했다"며 이를 모두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