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수해 사고 현장에서 무리하게 수중 수색을 하도록 지시해 고 채수근 해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8일 오전 10시 임 전 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군형법상 명령 위반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열고 "피고인 임성근을 징역 3년에 처한다"고 밝혔다. 채 해병이 2023년 7월19일 숨진 지 1024일(2년 9개월) 만에 나온 결과다.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함께 재판받은 △박상현 전 해병대 1사단 제7여단장은 금고 1년 6개월 △최진규 전 해병대 1사단 포병여단 포11대대장은 금고 1년 6개월 △이용민 전 포7대대장은 금고 10개월 △장모 전 포7대대 본부중대장은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의 과실과 채 해병 사망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 해병 순직에 임 전 사단장의 본질적인 기여가 인정되고 공동정범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에 대해 "수중 수색 사실을 알고도 지휘·감독권 행사를 통해 수중 수색을 금지하거나 안전 예방을 위한 장비를 지급하지 않는 등 업무상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박 전 여단장의 보고를 받고 구명조끼 등 안전 장구가 구비되지 않았음을 알았고 열악한 하천 주변 상황을 봤을 텐데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양형 사유에 대해 "해병대원들이 입수를 강행하게 된 이유는 상부의 지시를 이행했기 때문"이라며 "상급 지휘관에게 중대한 책임을 묻는 게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급 지휘관이 책무를 소홀히 한 부작위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구체적 위험을 인지한 상황에서 위험을 가중하는 지시를 한 작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임 전 사단장의 불리한 양형 사유로는 △성과를 위해 위험 지역에서 공세적 수색을 반복 지시하고 안전 조치하지 않은 점△ 사고 이후 공보 정훈실장으로부터 책임이 없다는 논리를 만들 것을 지시한 점 △책임을 부하 지휘관에게 미루고 증거·정황을 은폐한 점 등이 적용됐다.
특히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이 2024년 12월 채 해병의 유족에게 '수중수색을 지시한 건 이용문 대대장이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을 두고 "어떻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이런 문자를 보낼 수 있냐"며 "오랜 재판 과정에서 처음 봤다.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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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박 전 여단장과 최 전 대대장 등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여단장에 대해 "군 조직 특성상 사단장의 지시를 소홀히 하기 어려운 정상이 있어 보인다"면서도 "자신의 책임을 장 전 중대장에게 미루는 모습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의 보석 신청을 기각했다. 박 전 여단장과 최 전 대대장, 이 전 대대장에 대해선 "도주 염려가 있다"며 법정에서 구속했다.
채 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지난달 13일 임 전 사단장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과 함께 기소된 △박상현 전 해병대 1사단 제7여단장에게 금고 2년6개월 △최진규 전 포11대대장에게 금고 2년6개월 △이용민 전 포7대대장에게 금고 1년6개월 △사고 당시 포7대대 본부중대장이었던 장모 대위에 대해선 금고 1년을 구형했다.
임 전 사단장 등은 2023년 7월19일 경북 예천군 폭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 작전을 이행하던 해병대원들에게 무리하게 수중수색하도록 지시해 채 해병을 사망에 이르게 했단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진상 규명을 위해 지난해 7월2일 공식 수사를 개시했고, 150일 후인 11월28일 수사를 종료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 등은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를 해병대원들에게 지급하지 않고 수중 수색을 감행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 수사 결과 임 전 사단장이 바둑판식 및 수변으로 내려가 찔러보는 방식 등 구체적인 수색 방법을 지시했고 가슴 장화를 확보하라고 하는 등 수중수색으로 이어지게 된 각종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임 전 사단장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 수중수색 사진을 보안 폴더로 옮긴 것을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발견했다.
임 전 사단장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와 함께 군형법상 명령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당시 작전 통제권이 육군으로 이관됐음에도 임 전 사단장이 현장 지도 등 사실상 작전통제권을 행사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