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지부족→통계조작 의혹 확대
합수본, 송파·강남등 압수수색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6·3 지방선거의 투표율을 허위로 입력했다는 정황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관리부실을 규명하던 수사가 통계조작 의혹으로 확대됐다. 앞으로 수사는 선관위가 실수를 감추려 절차를 어긴 것인지, 아니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가지고 투표율을 조작한 것인지를 가리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는 23일 중앙선관위에 대한 두 번째 압수수색에 나섰다. 합수본은 그동안 선관위에 대한 수사를 크게 두 갈래로 진행했다.
하나는 투표용지가 부족하게 된 원인과 선거 당일 대응·보고 과정 등 관리부실을 밝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과 선관위 직원들의 외유성 출장 및 예산유용 의혹을 확인하는 수사였다.
그러나 합수본이 이날 공전자기록위작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중앙선관위와 경기도선관위 직원들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서면서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합수본 등에 따르면 이들은 6·3 지방선거 당일 투표율의 기초가 되는 시간대별 투표자 수를 허위로 입력한 혐의를 받는다.
투표자 수를 잘못 입력한 경기도선관위 실무자가 중앙선관위 실무자와 처리방법을 논의한 뒤 정상적인 수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다른 투표소의 숫자를 실제보다 적게 반영하거나 추가입력 시점을 늦추는 방식으로 전체 숫자를 맞추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내부 메신저를 통해 오입력 사실을 보고하지 말자는 취지의 대화를 나눈 정황도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선관위 수사가 투표용지를 제대로 준비했는지를 넘어 국민들에게 공개되는 선거통계가 믿을 수 있게 관리됐는지를 따지는 수사로 성격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투표용지 부족은 선관위가 준비와 보고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가 핵심이라서 직무유기 등 혐의가 중심이나 잘못된 숫자라는 사실을 알면서 공식 전산기록을 바꿨다면 전혀 다른 형사책임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형법상 공전자기록위작죄는 공공기관의 업무가 잘못 처리되게 할 목적으로 전산기록을 거짓으로 만들거나 바꿀 때 성립한다. 유죄가 인정되면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다.
법조계 일각에선 시간대별로 공개된 잘못된 투표율이 유권자의 투표 참여나 각 정당·후보 측의 투표 독려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선관위 직원들이 선거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통계를 임의로 바꿨는지도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또 선관위 실무자 2명만으로 시간대별 투표자 수와 투표율을 임의로 조정할 수 있었다면 선관위의 전산통제와 감독체계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합수본은 관리자들의 묵인이나 지시가 있었는지, 다른 지역이나 과거 선거에서도 비슷한 방식이 사용됐는지까지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양윤우·정진솔 기자 moneyshe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