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한 한국인은 수박도 못 사 먹는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수년째 횡행하는 가짜뉴스다. 한국인의 구매력을 깎아내리고 생활 수준을 실제보다 낮게 인식하도록 하는 이른바 '수박론'이다. 온라인에서는 이를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반응도 적지 않다. 댓글란에는 "한국에서는 수박이 워낙 비싸 껍질까지 요리해 먹는다", "중국에서 수박은 동물에게나 먹이는 과일" 등의 반응이 이어진다.
'수박론'은 온라인 콘텐츠로 재생산되며 확산을 거듭하고 있다. 한 중국인은 2024년 10월21일 수박 한 통을 든 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의 명품 매장을 돌아다니는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
영상에서 그는 "한국에서는 수박을 들고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게 성공한 사람의 상징"이라며 "어떤 매장을 가든 우리를 대접해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매장을 둘러보고 나온 뒤에는 "직원이 내 수박을 보더니 잘해줬다. 웃겨 죽는 줄 알았다"며 "한국에서는 수박 한 통을 들고 다니면 예쁜 아가씨들이 다 쳐다본다. 한국에서 수박 한 통만 사면 예쁜 여자를 만날 수 있다는 걸 명심하라"고 했다.
급기야 '수박론'의 진위를 확인해 보겠다며 한국을 찾은 중국인도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크리에이터 후이거퇀유지(辉哥团游记)는 한국에 거주하는 다른 중국인에게 "한국인은 정말 수박과 고기를 제대로 먹지 못하냐"고 물었다. 이에 중국인은 "수박이 비싸 껍질까지 먹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 없다"며 "소고기도 한우가 비싼 것일 뿐 수입산은 비교적 저렴해 매일 먹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가짜뉴스가 나온 배경에는 실제 한국의 높은 수박 가격이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국내 수박 1개의 평균 소매가격은 2만2600원이었다. 도매가격으로 보면 서울 가락시장에서 19일 상등급 수박이 ㎏당 평균 2113원에 거래됐다.
반면 중국의 수박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중국 농업농촌부가 지난 14일 집계한 주요 도매시장 가격을 보면 베이징 신파디시장에서는 수박이 ㎏당 3.19위안, 상하이 농산품센터에서는 3.8위안, 광저우 장난시장에서는 4위안에 거래됐다.
중국의 저렴한 수박 가격은 풍부한 생산량과 무관하지 않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의 연간 수박 생산량은 6000만톤 안팎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한다.
한국은 중국에 비해 생산 규모가 작은 데다 인건비와 생산·유통비 부담도 크다. 날씨에 따른 작황 변화도 가격을 크게 좌우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앞서 국내 농산물 가격이 높은 주요 원인으로 냉해와 잦은 강우 등에 따른 생산량 감소를 지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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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론은 한국인들의 구매력과 생활 수준을 폄훼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실제 소득과 구매력 지표는 정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6227달러로 중국의 1만3862달러보다 약 2.6배 높았다. 국가별 물가 차이를 반영한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GDP도 한국이 약 6만3125달러, 중국이 약 2만9333달러로 한국이 2배 이상 높았다.
임금 수준에서도 차이가 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한국 임금근로자의 평균소득은 375만원이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집계한 지난해 도시 비민간부문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12만9441위안으로 월평균 약 1만787위안(약 224만원), 민간부문은 연 7만1590위안으로 월평균 약 5966위안(약 124만원)이었다. 다만 양국 임금 통계는 조사 대상과 집계 방식이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