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엠지]<14> SNS 타고 번진 '목욕 붐'

"손님이 많아져서 예전보다 품목도 늘렸어요."
지난 27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목욕용품점을 운영하는 상인 A씨는 이렇게 말했다. 매대에는 형형색색의 헤어캡과 때 타올 등이 빼곡하게 놓여 있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발길을 멈추고 물건을 직접 만져보거나 상인에게 사용법을 물었다. 한 여성 일행은 괄사를 직접 몸에 대보더니 "시원하다"며 감탄했다. A씨는 "2~3주 전부터 손님이 부쩍 많아졌다"며 "매출이 늘어난 게 체감될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시장 내 목욕용품점들은 젊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특히 20·30대 여성들이 눈에 띄었고 외국인 관광객도 종종 매대를 둘러봤다. 손님들은 제품들을 비교하며 장바구니에 담았다. 대부분 수천원대 제품이어서 여러 품목을 한꺼번에 사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시민들은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가게를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물건을 직접 만지고 써본 뒤 살 수 있는 데다 상인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물건을 고르는 '시장만의 재미'도 인기를 끄는 요인이었다. 소셜데이터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남대문시장'의 온라인 언급량은 한 달 사이 8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 쌍문동에서 온 홍선주씨(36)는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가게라고 해서 직장 점심시간을 이용해 들렀다"며 "전에도 와봤는데 오늘은 발 각질 제거기와 손잡이가 달린 샤워 타올을 사러 왔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에 사는 김예지씨(32)는 "사우나에 가면 힐링하는 기분이 들어 일주일에 한 번꼴로 간다"며 "사장님이 때수건을 서비스로 주기도 하고 시장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가 좋아 찾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목욕을 둘러싼 관심은 용품 구매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독립된 공간에서 목욕과 세신을 받을 수 있는 '1인 세신숍'이 새로운 체험 거리로 떠올랐다. SNS에서도 외국인이 직접 세신을 받고 후기를 남긴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 관광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인 세신숍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462% 증가했다.
지난 25일 서울 명동 일대 1인 세신숍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대중목욕탕에 대한 부담은 덜면서 한국식 세신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일본인 코토씨(31)는 "일본에도 1인 세신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고 공중목욕탕은 부담스러워 어머니와 함께 예약했다"며 "한 시간 정도 세신을 받았는데 정말 만족했다"고 말했다. 호주에서 온 지젤씨(24)는 "한국 여행 첫날인데 가장 먼저 세신을 받으러 왔다"며 "대중탕보다 1인숍이 더 좋은 것 같고 다시 방문할 의사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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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도 늘어나는 외국인 수요에 맞춰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한 세신숍 관계자는 "고객 10명 중 9명이 외국인"이라며 "SNS를 중심으로 광고하고 상권을 분석해 다른 업체와 차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가 일상적인 경험도 새롭게 소비하고 이를 기록·공유하는 문화가 목욕과 세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젊은 층은 단순히 무언가를 보는 것보다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하고 이를 기록·공유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목욕이나 세신처럼 평범했던 일상이 새로운 경험이자 힐링의 방식으로 재해석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