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책임 판결…북한에 446억 받아낼 방법 있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책임 판결…북한에 446억 받아낼 방법 있나

이혜수 기자
2026.09.2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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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26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15층 높이의 개성공단 지원센터의 모습. /사진=파주(경기)=이기범 기자 leekb@
2020년 4월 26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15층 높이의 개성공단 지원센터의 모습. /사진=파주(경기)=이기범 기자 leekb@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무단으로 폭파한 북한이 약 446억원을 우리 정부에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것과 관련, 실제 해당 손해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판사 김형철)는 지난 16일 대한민국 정부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개인이 아닌 정부가 북한 정부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배상 책임을 인정받은 첫 판결이다. 2023년 6월 소송을 제기한 지 3년 3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북한이 우리 정부 소유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와 인근 종합지원센터 건물을 폭파해 파괴한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손해액 446억여원 전액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문에는 강제집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가집행 선고도 함께 담겼다.

그러나 "실제 돈을 받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징적 판결"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법원이 강제집행까지 가능하도록 판결했으나 정작 북한으로부터 배상금을 회수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첫 번째로 북한의 재판권 문제가 꼽힌다. 해당 재판은 소송 접수 이후 1년10개월 만에 첫 변론이 진행됐다. 북한 정부에 소송 서류를 송달할 방법이 없어 재판이 보류됐던 것이 그 이유다. 법원이 결국 2024년 12월 정부의 공시송달 신청을 받아들이며 재판 절차를 재개했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상대방의 소재가 불분명할 때 소환장 등을 법원 게시판 등에 올리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공시송달이란 방법을 택하긴 했으나 피고 북한 정부의 참여 없이 재판이 종결됐다"며 "북한으로선 재판권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두 번째로는 배상액을 강제집행 할 방법이 부재하다. 북한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방법도 북한의 동의가 필요하다. 북한이 이에 동의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법조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세 번째로 압류할 수 있는 북한정부의 재산 특정에 한계가 있다. 강제집행을 위해선 국내나 해외에 존재하는 북한 정부 소유의 재산을 특정해 압류해야 한다. 과거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인 오토 웜비어씨의 유족의 경우 미국 내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 승소 판결을 받고 미국 및 해외에 동결된 북한 자산을 추적해 일부 배상금을 회수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을 이행하려면 법무부와 통일부의 집행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남북의 외교 관계가 걸린 이상 강하게 압류할 이유가 없다. 판결 직후 이재명 정부는 강제할 방안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판결 당일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필요한 조처를 검토해 나가겠다"면서도 "남북대화가 재개돼 모든 남북 간 문제가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입장을 표했다.

물론 '상징적 판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의 무응답에 따라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우리나라는 446억원 규모의 채권자 자격을 갖추게 된다. 민사상 판결에 따른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다. 정부가 10년이 지나기 전 시효연장을 위한 소송을 계속해서 제기하는 방식으로 채권을 유지해갈 수 있다. 당장 북한의 자산을 압류하는 등 배상금을 받아내지 못하더라도 법적 채권자 자격을 10년 단위로 계속 갱신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또 다른 판사는 "향후 북한의 해외 자산이 추가로 동결되거나 정세 변화로 남북 간 이번 사건 관련 논의가 이뤄질 때 한국 정부가 판결문을 바탕으로 정당한 배상 요구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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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수 기자

사회부 이혜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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