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마을 화재 왜 반복되나
올해만 2번째 화마… 13시간만에 완진, 30대 1명 부상
사유지로 상수도 추가설치에 한계, 소화전 용수 제한적
강남소방서, 전담 소방대 편성·정기 순찰 등 대책 강화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주민 김모씨(40대)는 까맣게 그을린 마을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화재로 황급히 대피한 김씨는 슬리퍼 차림이었다. 그의 집은 화재가 시작된 2지구에 있었다.
소방당국은 28일 오전 4시39분쯤 구룡마을 화재를 완전히 진압했다. 불이 난 지 약 13시간 만이다. 불은 2지구 가건물에서 시작돼 강한 바람을 타고 1·3·7지구까지 빠르게 번졌다. 30대 여성 1명이 다리 부상을 입은 것 외에 추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룡마을에서는 대형화재가 반복된다. 지난 1월 발생한 화재는 약 8시간30분 만에 진화됐으며 주택 120여채가 전소했다. 지난해에도 2차례 큰불이 났다. 다행히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주민들은 반복되는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고 임시숙소를 전전한다. 이번 화재로도 주민 127명이 구청에서 마련한 인근 중학교 체육관과 호텔 등 임시숙소로 대피했다.
주민들은 막막함을 호소했다. 지난 1월 화재로 집을 잃었다는 60대 최모씨는 "그때 집이 모두 타버려 지금까지 천막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마을 곳곳에 소화기가 있지만 이번에도 손쓸 수 없을 만큼 불이 빠르게 번졌다"고 말했다.
화재 원인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민도 있었다. 이강일 구룡토지주민협의회장은 "불이 시작된 곳은 빈집으로 알고 있다"며 "전기도 차단돼 있고 연탄도 없는데 왜 불이 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구룡마을에서 대형화재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열악한 주거환경과 소방시설 부족문제가 맞물려 있다. 불에 타기 쉬운 자재로 지어진 가건물이 밀집해 불길이 빠르게 번지는 반면 진화에 필요한 물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구룡마을엔 소화전이 여러 개 있지만 용수가 제한적이어서 대형화재 진압 시엔 수압이 약해질 수 있다. 사유지라는 점 또한 상수도를 설치하는 데 한계로 지적된다. 소방차 진입로도 좁다. 소방 관계자는 "소방용수를 확보하기 어려운 점은 구룡마을 화재진압에서 늘 겪는 문제"라고 말했다.
건축물 대부분이 가연성 자재로 지어진 점도 위험을 키운다. 구룡마을에는 보온용 솜인 '떡솜'과 합판, 비닐 등으로 지어진 가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마을 곳곳에 놓인 LPG(액화석유가스)통과 전선 등도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전날 현장에서는 한때 폭발음이 들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별도의 예방대책을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강남소방서는 구룡마을 전담소방대를 편성하고 이른바 '구룡펌프차'를 투입해 매일 정기적으로 순찰한다. 구청 관계자도 "최근 가스·전기분야 전문가들이 각 가구를 방문해 점검했다"며 "담당직원이 상주하며 매일 현장을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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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찰과 소방 등 관계기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합동감식 일정과 방식 등을 협의했다. 구체적인 재산피해 규모와 발화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방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화재원인을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