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110명…대다수가 '2030'
심리적 통제 수법도 동원…위치 보고 지시에 '원격제어 어플' 설치까지
경찰 "해외 거점 피싱 조직을 끝까지 추적·검거"

검사와 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사칭해 100명이 넘는 피해자로부터 수십억원을 뜯어낸 피싱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베트남에 거점을 둔 이들은 피해자에게 가짜 구속영장을 소리 내 읽게 하고 숙박시설에 머물도록 지시하는 등 심리적 압박을 가하며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29일 베트남 호찌민에 거점을 둔 피싱 범죄조직 '대동단결'의 한국인 총책 A·B씨를 포함해 조직원 54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베트남 공안과의 공조수사로 현지에서 검거된 핵심 피의자 25명은 국내로 송환돼 전원 구속됐다. 추가로 검거한 나머지 조직원은 29명 중 12명을 구속하고 2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4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검사와 금감원 직원 등을 사칭해 피해자 110명으로부터 약 81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중국인 총책 '구룡'과 A·B씨 등은 2024년 7월쯤 베트남 호찌민에 조직을 결성했다. 이후 2024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조직을 확대하면서 인터넷 광고와 지역 선후배 관계 등을 통해 조직원을 모집했다. 범죄 수익의 6~8%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조직원들을 끌어모았고, 하부조직을 '호팀', '훈팀', '쇼팀' 등으로 나눠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은 철저한 역할 분담 하에 이뤄졌다. 1선 조직원은 법원 사무관을 사칭해 범죄 관련 통지서가 발송됐다고 피해자를 속였다. 이후 가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유도해 인적사항과 재산 규모 등을 파악한 뒤 2선 조직원에게 전달했다.
2선 조직원은 검사를 사칭해 피해자가 범죄에 연루됐다며 임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알렸다. 또 피해자를 숙박시설 등에 머물도록 하며 사실상 감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3선 조직원은 금감원 직원을 사칭해 자산 검수를 명목으로 금전을 가로챘다. 피해자에게 체크카드를 재발급받거나 현금을 인출해 특정 장소에 보관하도록 지시하고, 가상자산을 구매해 전송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수법도 동원됐다. 조직원들은 피해자에게 가짜 구속영장 내용을 2~3차례 소리 내 읽도록 하고 수시로 위치를 보고하게 했다. 새 휴대전화 개통을 유도한 뒤 원격제어 프로그램 '팀뷰어'와 이른바 '좀비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강요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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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는 주로 20~30대에 집중됐다. 전체 피해자 110명 중 20대가 76명(69%), 30대가 27명(24%)으로 두 연령대를 합치면 약 94%에 달했다. 피해자들은 짧게는 6~7시간, 길게는 2개월 동안 범행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수사는 올해 1월 베트남 공안의 행정검사 과정에서 시작됐다. 당시 베트남 공안은 호찌민 7군 지역의 사무실에서 범행 중이던 한국인 29명을 적발하고 주베트남한국대사관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이후 경찰은 지난 4월 호찌민 공안과 베트남 영사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수사를 진행하며 태국과 중국 등을 거쳐 국내로 도피한 조직원들도 추가로 검거했다.
경찰은 조직원 45명에게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뿐 아니라 형법상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또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약 8억5000만원 상당의 재산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긴밀한 국제공조를 통해 최대 규모의 압수품을 확보했다"며 "앞으로도 해외 거점 피싱 조직을 끝까지 추적·검거하고 범죄수익도 철저히 환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