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면서 법원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판사들이 공감하고 있는 한편 단체행동은 조심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성찬용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의 글을 비롯해 정치권이 법원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는 데 대해 비판하는 글이 다수 게재됐다.
성 판사는 지난달 30일 법원 내부망에 '소설 동물농장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해 조지오웰의 소설 '동물농장'과 현 사법 체계를 비유해 "사법부의 독립이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성 판사는 "검찰 폐지, 대법관 증원, 이른바 '법왜곡죄'의 신설, 재판소원의 도입,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 및 국정조사 시도와 같은 일련의 변화와 심각한 혼란 속에서 결국엔 단 한 줄로 요약돼버린 동물 일곱계명이 떠오른다"고 작성했다.
이 같은 글엔 '공감한다' '동의한다' 등 1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침묵을 깨는 목소리는 개별적인 글로도 이어졌다. 남준우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는 전날 코트넷에 '침묵의 의미(전국법관대표회의의 개최를 촉구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남 부장판사는 "성찬용 판사에 글에 깊이 공감하며 선배로서 미안하고 부끄럽다"며 대법관 재제청 사태와 관련, 다음달 7일 전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 개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욱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2일 '여권 관계자분들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국정조사를 추진하는 여권에 대해 "헌법상 권한을 남용한다면 있지도 않은 반국가세력을 핑계로 계엄을 선포한 내란 우두머리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고 밝혔다.
실제 목소리도 공감이 대부분이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글 내용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도 "실제 여권에서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법원 관계자들은 한 주제에 대해 여러 개의 글이 올라오는 것을 두고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원의 특성상 구성원들이 나서서 의견을 내거나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만큼 사법부 독립이 침해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재경지법 한 판사는 "사법부는 재판에만 집중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의견을 잘 밝히지 않는데도 이번엔 목소리를 여기저기서 내는 분위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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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장 출신의 한 부장판사는 "조 대법원장 개인에 대한 공격이 아닌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직접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인 것"이라며 "현재 정치권의 요구가 선을 넘은 것으로 보고 의견을 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간 조 대법원장에 대해 반감을 가지던 사람들도 입장을 바꿨다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법원장 출신의 한 부장판사는 "조 대법원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의견을 표했던 부장판사도 이번엔 여권을 비판하는 입장을 표했다"고 말했다.
다만 법관 여럿이 의견 표명을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과거 세 차례 사법 파동도 있었고 그때마다 법관들이 의견을 냈으나 단체행동을 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며 "법원 내에선 동조하기보단 스스로 먼저 반성해야 한다는 반응도 존재한다"고 했다.
이같은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지도 관심사다. 특히 논란 속에 다음달 7일 전국법관대표회의 정기회의가 열린다. 조 대법원장 국정조사나 대법관 재제청 등 관련 안건이 상정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법원 내에서는 판사들의 동요가 커질 경우 재판에 악영향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법원 관계자는 "법원 전반에 공격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경우 독립적으로 일을 하는 법관들 사이에도 동요가 생길 수 있다"며 "이 경우 법원 고유의 재판 업무에도 악영향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