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폭행도 경기의 일부인가'
지난 4월 3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7회초 SK가 공격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30대 초반의 한 남성 A씨가 그라운드에 난입했다. A씨는 박근영 1루심을 향해 곧바로 달려든 뒤 헤드록을 시도했다. 무방비 상태에 있던 박근영 심판은 그 자리에 쓰러졌다. 곧바로 KIA 1루수 브렛 필과 SK 백재호 코치가 이 남성을 뜯어말렸다. 뒤이어 나머지 심판진까지 달려왔다. 이내 안전요원까지 가세해 불미스러운 상황을 정리했다.
사태가 터진 후 KIA 구단은 "경기장에 난입해 심판을 폭행한 관객에게 영구 입장 금지 조치를 내렸다"며 "향후 예매 단계에서 신분을 확인하고, 안전요원들에게 얼굴을 숙지시키는 방법을 통해 다시는 이 남성이 챔피언스필드에 들어오지 못하게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사태 직후 광주구장 관할 지구대인 역전 파출소로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박근영 심판은 경기 후 이 남성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 남성은 경범죄처벌법위반에 해당하는 음주소란행위로 범칙금 5만원과 함께 훈방 조치됐다(우리 형법은 상해가 발생하지 않은 단순 폭행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결국 그라운드에 난입해 심판에게 폭행을 휘두른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심판에게 폭행을 가한 이 남성은 벌금 단돈 '5만원'만 내고 집으로 돌아갔다.

최근 들어 한국 프로야구 심판진의 오심이 잦다. 비단, 올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과 9월에도 박근영 심판은 결정적인 오심으로 인해 팬들의 큰 원망을 샀다. 당시, 박근영 심판은 1년에 두 차례 2군행 통보라는 초유의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올해 또 미숙한 판정으로 인해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심판 자질 부족의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렇다고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서 과연 '팬'이라고 자처하는 한 시민이 폭행을 행사하는 것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일까.
그 남성이 과연 손에 뭐라도 들고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만약 그 폭행이 심판이 아니라 선수를 향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또 그 한 사람으로 인해 선량한 다른 팬들의 소중한 시간은 무시 돼도 좋은 것인가.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의도적인 폭력 행위는 정당방위가 아니고서야 어느 경우라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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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엄연히 폭력 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속 시원했다'는 입장을 보이는 팬들이 꽤 많다는 사실이다. '오죽 화가 났으면 저렇게 했겠냐'는 의견도 보인다. 물론, 이러한 바탕에는 심판진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엄연한 폭력 행위였다. 처벌 대상이었다. 일벌백계로 엄중히 다스렸어야 했다. 그럼에도 이 남성은 결국 5만원만 내고 귀가 조치됐다. 이제 추후 제2 또는 제3의 관중 난입 폭행 사태가 발생해도 '나도 5만원만 내면 끝나겠지'라는 위험한 생각을 떠올릴 수 있게 됐다.
한 원로 야구인은 이번 사태가 야구계 전체에 대한 폭력 행위라고 개탄했다. 이 야구인은 "이런 솜방망이 처벌은 반드시 제2, 제3의 사태를 낳기 마련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경기장 보안 요원들이 수갑을 갖고 다니는 등 현장에서 경찰에 준하는 지위를 갖는다"며 "경기장 관리의 책임이 상당하다. 이런 관중에 대한 영구 출입 금지 조치는 물론, 벌금 등 법적인 제재가 어마하게 크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벌금 5만원 내고 끝이라니, 상상도 못할 일이다"고 말했다.
우리는 '준법 정신' 부재에 이은 '솜방망이 처벌'이 '대형 참사'로 연결되는 모습을 수없이 봐왔다. 그럴 때마다 누구 하나 선뜻 나서서 책임지는 풍경은 보기 어려웠다. 늘 큰 사고가 터지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대책 발표에만 급급했다. 야구장은 선수가 마음껏 플레이를 펼치고 팬들이 편안하게 관람하는 곳이지, 결코 폭력 지대가 아니다. 적어도 야구장에서의 주인공은 '선수'와 '선량한 팬'만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