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11차례 챔피언결정전에서 단 한 번도 예외가 없었던 일. 분노로 가득 찬 천안 현대캐피탈이 그 힘을 기폭제로 0% 확률에 도전한다.
필립 블랑(66)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대한항공과 2025-2026 진에어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 홈경기에서 세트 점수 3-0(25-16, 25-23, 26-24)로 완승을 거뒀다.
역대 20차례 챔프전 1,2차전 승리 팀은 11번 모두 우승을 차지했지만 현대캐피탈은 연패 후 1승을 챙기며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챔프전 리버스 스윕 꿈을 키웠다.
정규시즌에 3승 3패로 팽팽히 맞섰고 우승팀도 단 1승 차이로 갈렸다. 1,2차전 모두 풀세트 접전을 펼쳤고 아주 미세한 차이로 승자가 갈릴 정도로 백중세의 두 팀이다. 심지어 2차전은 경기 막판 논란을 일으킨 비디오판독 결과 하나에서 승부가 갈렸다.
그렇기에 현대캐피탈은 더욱 승리를 갈구하고 있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블랑 감독은 "선수단과 함께 공유한 최초의 목표는 인천에서 최소한 1승, 천안에 돌아와 우승을 하는 것이었다"면서 "이미 인천에서 1승을 했다고 생각한다. 돌아와서 천안에서 2승을 내리 할 것이다. 이후엔 누가 진정한 승자가 될지 알아봐야 할 것. 오늘 죽을 힘을 다해 싸워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대한항공이 우승을 할 것"이라고 필승 의지를 다졌다.
판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일단은 다 잊고 오늘 경기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며 "사람이기에 이런 상황에선 분노가 가장 먼저 치민다. 그것에 잠식되면 가라앉겠지만 잘 사용하면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어떻게든 이겨낼 수 있는 투지를 보여주겠다"고 전했다.

최악의 상황은 최고의 결과로 이어졌다. 블랑 감독의 말처럼 현대캐피탈은 분노를 무엇보다 커다란 동기부여로 바꿨고 1세트부터 간절함이 묻어나오는 경기력으로 압도했다. 2,3세트 위기도 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집중력이 더 빛난 건 현대캐피탈이었다.
경기 후 블랑 감독은 "(분노가) 기폭제가 된 것 같다. 소원하던 대로 이겼고 선수들도 너무 잘해줬다"며 "무엇보다 팬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너무 훌륭한 분위기 덕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리한 상황이다. 2차전 결정적이었던 비디오판독을 머릿속에서 지우기가 쉽지 않다. 블랑 감독은 "(분노가) 사라지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정말 많은 시간을 들여서 선수단과 준비했다"며 "이 분노는 그렇게 쉽게 사그라들 것은 아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감정 갖는 건 지극히 정상적이다. 그간 많이 인내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한 시점이 많이 화가 난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오늘을 기점으로 지나간 건 잊고 남은 경기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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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만큼 이젠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가겠다는 각오다. 블랑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정말 좋은 경기력 통해 대한항공을 잡은 걸 가장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대한항공도 새로운 분위기와 전략으로 준비하겠지만 천안에서 우승하는 걸 보고 싶지는 않다. 다음 경기에도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다만 다소 과도했던 발언에 대해선 사과의 뜻을 전했다. 2차전 석패 후 기자회견장에서 대한항공 회장인 조원태 한국배구연맹 총재와 심판위원장을 두고 "한 굴레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 발언에 대한 이야기였다.
블랑 감독은 "정정하기엔 말이 입으로 나갔기에 늦은 감이 없지 않나 싶다. 추후엔 이런 감정에 의존한 말들을 최대한 삼가고자 한다"며 "아울러 총재께 전해진 말들이 불편하셨을 분들에겐, 총재님과 더불어 사과의 말을 전한다. 남은 시간 동안은 배구(챔프전)에 대해 이갸기를 나눴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